여 며칠전에 어느 자리에서 만난 한 친구는 최근 신문들의 정치면 보도태도를 거침없이 도마위에 올렸다.대충 이런 얘기였다.
『도대체 요즘 신문들은 무얼 하는지 모르겠어. 국회가 문을 못열고 있자 장기간 「정치 실종」이니 파행이니 하는 말들을 늘어 놓으면서도 이른바 대권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뭐 그리 신나는 일이라고 미주알 고주알 써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하루에도 수십개 중소기업체가 도산을 하고 관공서 「급행료」가 인상된지가 옛날인데…. 언론의 소극적 비판자세도 문제야.
국회가 방기된 책임을 여야 정치권에 돌리기만 하면 자신들의 책임은 다한 것인가…』
28일 14대 개원국회는 원구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채 회기 30일을 소진하고 자동폐회됐다.
여야는 이날도 국회실종의 책임을 상대측에 떠 넘기는 예고된 설전을 벌였다. 저마다 「장외의 처지」에 대한 철저한 방어와 책임전가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는 셈이다.
민자당은 더이상의 직무유기를 방치할 수 없다며 8월 임시국회 소집을 통한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다짐했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자치단체장 선거를 하지 않아 법을 어긴게 오늘의 파행을 불렀다며 자치단체장 선거관철을 위한 고삐를 풀지 않을 기세다. 국민당도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국회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양김씨』라며 정국교착의 책임에서 비켜가려하고 있다. 이쯤에서 또다시 형식논리상으로 책임을 따지는 태도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이 국민과 여론을 무시해온 이상 정치권도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게 어떨까 싶다.
사석의 친구처럼 정치권과 언론을 냉소적으로 보는 것은 아직도 관심이 있다는 증거여서 그래도 나은 편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대통령선거라는 최대의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관객들은 지금 무대만 차려져 있고 막이 오르지 않는 연극을 분통을 터뜨리며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조금만 더 이같은 일이 계속되면 관객들은 막이 올라도 연극을 외면할지도 모른다.
관객없는 무대에 설 배우들의 참담한 심경을 미리 헤아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때가면 후회해도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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