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주 열린 유엔 39개국 군축회의에서 한국,미국,스웨덴 등 여러나라들이 화학무기 금지협정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기타 서방국가들과 남미,구 소 연방공화국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여 68년이래 24년이나 끌어온 화학무기 금지협정의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화학무기는 그 제조에서 다른 첨단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이나 비용이 덜 들면서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중진국들도 경쟁적으로 개발해왔다. 핵무기나 생물학 무기처럼 전투원,비전투원을 가리지 않고 살상하며 피해가 통상적 무기의 경우보다 참혹하다해서 부도덕한 무기로 지목된지 오래된다. ◆2차대전 직후 전승국들은 나치 독일이 보유하고 있던 화학무기들을 서둘러 발틱해에 내다 버렸다. 1945년부터 47년까지 쏟아버린 양은 무려 30만톤이나 된다는데 근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 와서 치명적 독극물이 해저에서 누출될 위험성이 커졌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손톱 보다 서너배 정도 두께의 탄피가 그동안 바닷물에 부식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해의 심각성을 채 모르던 시대에 화학물질 소각이나 매몰로 공기나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겠다고 해서 고작 생각 했다는게 바다에 버린 일이었다. 그만한 수량이면 유럽 전체인구에 해당하는 8억명을 희생시킬만 하다해서 발틱해 주변국들은 뒤늦게나마 바다 청소에 나서고 있다. 「전쟁후의 전쟁」을 겪는 셈이다. ◆2차대전중 독·소군의 격전장이었던 폴란드에서 전후 제거한 지뢰는 도합 1천4백89만여개나 됐다. 그중 97%는 전후 3년간에 제거됐지만 81년에 10개,82년에도 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니까 전쟁의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만하다. 유엔군축회의에서 화학무기 금지협정이 원만히 체결된다해도 재고무기 처리에 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편협한 군비경쟁이 빚은 자업자득이겠지만 이 비싼 교훈으로 새로운 어리석음을 면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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