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제주도내 그린벨트(개발제한규역) 안에서의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주도 개발특별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건설부가 24일 민자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한 제주도 개발특별법 시행령에 의하면 제주도 그린벨트내 주택의 경우 자녀 분가용 건축을 허용하고,다방·음식점 등 생활시설과 노인정·양로원 등 복지시설의 신축을 대폭 허용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내의 그린벨트에 대한 이같은 특별조치는 여하한 경우에도 그린벨트의 훼손을 엄격히 규제해온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지난 71년 7월 수도권 그린벨트를 처음 지정한 이래 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권역으로 확대 실시,그린벨트는 전국토의 5.5%에 해당하는 5천3백97평방㎞에 이르고 있다. 물론 그 권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막대한 재산피해와 생업의 불편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파헤치는 개발보다는 푸른 공간의 보존이 국토의 미래와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역대정부는 부동의 입지를 지켜 그린벨트를 보존하려 힘썼고,국민도 이를 지지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주도내의 그린벨트 건축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그것을 정부·여당이 앞장선다는 것은 말뜻 그대로 언어 도단이다. 행정의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똑같이 그린벨트에 묶였는데 제주도에서는 집을 지을 수 있고 다른지방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면,그것만으로도 상처입은 법령은 견디기가 어렵게 된다. 결국 제주도지역의 그린벨트 완화규정과 같거나 비슷한 「특별」법령들이 속속 나오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그린벨트정책의 근간이 무너지고 말게 될 것이 뻔하다.
사실 6공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거주자의 민원을 핑계삼고 공공복지시설의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그린벨트의 잠식에 관이 앞장서 왔다.
그린벨트안에 버스차고나 청사를 지을 수 있게 허용한 것,필요한 지역에 보훈병원을 세울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 등이 그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린벨트내의 호화별장과 전원주택 등 불법 건축물이 여러차례 적발됐지만 그것들이 똑바로 시정됐다는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 그린벨트와 임야 및 농지의 불법 택지화나 호화별장 건축의 경우 관할 행정기관이 묵인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마침 감사원은 그린벨트 관리실태에 대한 특별감사결과 광명시 도시국장 등 1백18명의 공무원을 징계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무더기 징계만 보아도 그린벨트를 둘러싼 부정이 얼마나 성행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작년말 현지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도 개발특별법」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그린벨트를 뿌리채 손상시킬 우려가 큰 특별법 시행령 제정을 시도하고 있는 정부·여당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그린벨트는 우리 모두의 휴식공간이며 삶의 터전이므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시행령 제정도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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