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가 호화·불법 분묘를 일제 정비하겠다고 「서슬퍼런 칼」을 뽑아들었다는 보도다. 총리실·내무부·농림수산부·건설부·산림청·환경처 등 유관 정부관련 부처가 총망라된 범정부 차원에서 합동으로 정비에 나선다니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해 보인다.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러나 호화·불법 묘지에 대한 실태파악(7월∼12월말)을 새삼스럽게 하고나서 자진 정비 유도기간(93년 1월∼5월)을 두고 그래도 불응할 때는 유족 또는 연고자를 고발(93년 6월)하겠다는 식의 느슨하기 짝이 없는 정비방침과 의지가 과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사치의 극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묘역과 석물을 갖추고 왕릉이 무색한 만큼의 호화 분묘를 설치한 사람들은 재력정도는 문제가 안되고 한술 더 떠서 권력과 상당한 사회적 지위까지 갖고 있는 유력자들이 절대 다수다. 하루 아침에 떼돈을 번 졸부도 더러 끼어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들이 정부의 정비조치에 불응했을때 최종적으로 과할 수 있는 사법적 처벌은 2년이하 징역이나 2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고작이다. 모르기는해도 보사부가 고발을 했다고 해서 사법부가 법정최고형인 2년이하 징역을 과한다는 것은 기대 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돈 2백만원 벌금형으로 호화·불법 묘지와 분묘를 정비하겠다는 보사부 정비계획의 실효성을 어디까지 기대해야 할지,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더구나 대선과 정권교체라는 절묘한 시기가 정비기간의 한가운데 끼어 있다.
좁은 국토를 잠식하고 산림 훼손과 자연 형질을 변형시키는 등 환경을 파괴하며 국민들간에 위화감마저 조성하는 호화·불법 묘지가 단속 정비되고 새로 조성될 수 없도록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데는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위성과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보사부가 이제까지 말로만 정비와 발본색원을 되풀이 외쳐왔다는데서,이번의 정비계획도 그 재판이 되지 않을 것인지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는 것이다.
풍수지리·발복기원·자기과시에서 기인하는 묘지 과다소유 풍조와,가급적이면 좀더 넓고 크게 분묘를 쓰려는 우리의 장묘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이제는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고 우리는 본다.
주무부서인 보사부,더 나아가 정부는 호화·불법 분묘의 정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분묘 매장위주의 장묘문화를 화장위주로 바꿔가는 근본적인 정책의지와 강력한 법적 대응 그리고 국민적 합의도출에 나설 것을 차제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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