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금리가 높다. 미국,일본,EC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높다. 우리나라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주요요인의 하나로 모두가 고금리를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정부,당,재계,학계 등 각계가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부작용을 극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한국은행을 한편으로,당과 재계를 다른 한편으로 하여 금리인하와 관련,한국은행의 재할인 금리인하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지난 23일 당정협의회에서 서상목 민자당 정책조정실장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는 물론 붕괴위기에 처한 증시의 부양을 위해서도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다』며 『대출금리의 인하에 따른 은행의 수지개선을 위해서도 한은의 재할인율을 선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은은 당의 재할인율 인하 제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첫째 재할 금리인하에 의한 은행 대출금리의 인하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총대출금은 약 92조7천억원(4월말 현재)인데 이 가운데 한은 재할인을 받는 대출금은 약 13조9천억원,15%에 불과하다. 재할금리를 1%포인트 낮춘다해도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0.15%포인트의 인하요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현재 축소되고 있는 과정에 있는 실세금리와 공정금리와의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실세금리의 견지를 위해 꺾기 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재할 금리인하는 경기부양책을 의미하는데 정부의 현 경제정책 기조인 금융긴축 등 안정화정책과 정면으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현재의 실세 금리인하 추세가 지속되도록 여건을 조성,공금리와의 격차를 축소하고 이어 금리 자유화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무부측도 한은과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우리는 현재의 경제여건으로 봐 경제의 거품제거에 의한 안정화에의 연착이 당면과제이고 또한 금리 자유화가 금융정책의 지향 목표이므로 정부·한은의 접근방식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은 재할금리의 인하가 아니더라도 시중 실세금리는 계속 현저하게 하락하고 있다. 실세금리의 대표격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2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15%대로 하락했다.
자금공급의 호조와 수요의 감퇴로 앞으로 계속 하락될 전망이다. 기업의 자금부담이 덜어지고 증시로의 자금 재유입도 기대될 수 있다. 당측은 대선을 앞두고 업계의 자금난 해소 및 금융부담 경감,침체증시의 부양 등 경기의 개선이 시급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안정화 정책에 재난이 된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 정책에도 조급함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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