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디즈레일리와 윌렴 글래드스턴.이들은 영국이 4백여년간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오는 동안 오늘과 같은 의회정치의 기틀을 구축하는데 뛰어난 공을 세운 큰 정치가들이다.
19세기 영국정치의 황금기를 이룩한 두사람은 치열한 라이벌(경쟁자) 관계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하원의원선거에 2∼3차례 낙선했던 비슷한 시기에 정계에 진출했으며 대장상 등 여러 경제각료를 거쳐 몇차례 집권,총리를 역임한 것,그리고 특히 막상막하의 웅변가라는 것도 그렇다.
두사람은 사적으로는 매우 다정했으나 단상에 서면 완전히 입장을 달리했다.
보수당 당수인 디즈레일리는 유니온잭(국기)이 전세계에서 내려지지 않으려면 보호무역 뿐이라고 역설했고 1877년에는 수에즈운하와 사이프러스섬을 획득,빅토리아 여왕에게 제관을 바쳐 대영제국을 선포케 했었다. 반면 자유당 당수인 글래드스턴은 내정개혁을 통한 민권신장을 내세우고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 주의를 주창했다.
의회에서 보수파와 개혁파로 맞선 것. 이들이 의사당에서 불뿜는 정책토론을 벌일때에는 복도까지 방청객으로 꽉 찼었다한다.
건국이래 44년간의 우리정치사에 있어 지도자간의 경쟁관계는 여야에서 보다는 당내의 라이벌 사례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50년대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조병옥과 장면의 관계다. 이들은 반독재민주화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투쟁하고 안으로는 구파·신파의 보스로서 당권을 놓고 개인전과 파벌전을 치열하게 벌인 것.
두번째 라이벌 사례로는 역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김대중 민주당 대표의 경쟁관계를 들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의 역사는 길게는 40여년,가깝게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대결한때부터 20여년간으로 계상할 수 있다. 두사람의 대장정식 대결에 대해 일부에서는 『신물이 난다』 『언제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두김씨가 아니면 이땅에 인물이 없는가』고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정치는 현실인데 어찌할 것인가.
또 두 김씨는 오는 선거결과에 따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권을 잡거나 정계은퇴를 해야만 하게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정국 양상을 보면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선거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선거붐의 조기과열을 막기위해 자제하자는 것은 유세식운동을 말하는 것이지 후보들의 예비경쟁은 시작됐고 국민들 역시 예심에 착수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국회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후보들은 장차 대선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정국이 이렇게 콱막히게 된 것은 민자당 정권이 지난 6월말까지 실시하게 되어있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이행하지 않은데 있다. 그렇다고 파탄된 정국을 언제까지 이대로 둘 수 없지 않는가. 사실 오늘의 흐트러진 정국의 실마리를 주도적으로 풀수 있는 사람은 두김씨 밖에 없다.
평소 두 김씨가 말한대로 40여년을 지내오면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너무도 잘알고 있는만큼 하루빨리 만나서 위법을 꾸짖고 요구하는 대안을 내고 타협해서 정치와,국회를 장상화시켜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바람이자 두 김씨의 책임이요,의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4대 국회가 줄지어 굵직한 현안이 쌓이고 국민들이 그토록 원하는데도 문만 열었다가 무위속에 내일모레 문을 닫는데도 두 김씨가,또 여야당들이 팔짱만 낀채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이런 태도가 과연 옳다고 생각하는가.
국민들은 두 김씨에 대한 장·단점을 너무나 잘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는 대선에 마지막 기회를 허용한 것은 구태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면모와 결단을 기대하기때문임을 알아야한다. 지난 40년간 국민들이 두김씨를 키워주고 지원했던만큼 이제 두김씨들은 고물차처럼 망가진 국회와 정치를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뒤늦게나마 이를 되살려 짧은 기간이라도 8월 국회운영으로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양비론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조건없이 새국회를 여는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도자는 언제나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정치를 펼때 발전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1백20여년전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이 증명해 주었음을 알아야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