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완강,국민만 피해” 회의적 시각도【워싱턴=정일화특파원】 부시 미 대통령은 23일 체니 국방장관,파월 합참의장,스코크로프 안보담당 특별보좌관,게이츠 CIA 국장 등 최고정책보좌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이라크를 재공격할 것인가』에 대해 약 90분간 심각한 논의를 가졌다.
국무부쪽에서는 중동 순방중인 베이커 국무장관 대신 이글버거 국무차관이 참석했다.
이날 안보회의에서 체니 국방장관,파월 합참의장 등 군사전문가들은 일단 대이라크 재공격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밀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이미 『사담 후세인이 유엔 핵사찰팀의 이라크 농무성 수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사태이며 어떤 결과가 야기되는 그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면서 군사공격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23일 백악관 안보회의 자체도 재공격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열린 것이어서 『이라크 재침공이 눈앞에 와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재공격은 그럴만한 상당한 원인 제공이 돼 있다.
우선 유엔 핵사찰단이 벌써 18일째 이라크 농무성 사찰을 거부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는 유엔의 종전결의(687조)에 따라 모든 대량 살상무기를 파괴 또는 해체하게 돼있다.
후세인 정부는 91년 9월에도 유엔사찰단의 사찰을 거부하는 소동을 벌였었다.
당시 미국이 재공격을 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하자 이라크는 마지못해 사찰단을 받아들여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주권침해」라는 이유로 농무성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이라크측은 현재의 유엔사찰팀이 오직 미국측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면서 만일 미국인 사찰단원이 아닌 제3국 사찰단원으로 사찰단을 재구성한다면 농무성 사찰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이라크는 유엔 결의안을 따를 의무만 있을 뿐이며 사찰단의 구성이나 그 진행에 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유엔 결의안에 힘입어 언제든지 이라크를 재공격할 수 있는 정당성을 손에 쥐고 있다.
만일 유엔이 미국의 이라크 재공격을 지지하는 별도의 결의안을 다시 가결한다면 미국의 재침공이 더욱 국제여론의 뒷받침을 받게 될 것이지만 적어도 법적으로는 기존 결의안만으로도 얼마든지 이라크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쉽게 재공격할 수 없는 측면도 갖고 있다.
첫째는 재공격의 실효가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사담 후세인은 그의 독재권력을 휘둘러 이라크 전체를 친사담 후세인,반미 감정으로 철저히 무장시켜 왔다. 몇차례 외부관여에 의한 후세인 제거운동이 있은 것으로 보도됐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만일 미국이 이런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그 피해는 1차 공격으로 모진 참화를 당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만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후세인에 대한 직접 피해가 없이 국민들만 더 고통받게 한다면 오히려 미국의 도덕성이 공격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여론이 반드시 이라크 재침공을 지지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유엔안보리이사국인 중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재침공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표명하고 있다.
셋째는 부시의 미국내 지지도가 현재 내리막길에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보다 무려 30%나 인기가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만일 전쟁을 결정한다면 이는 자신의 국내 인기회복을 노리는 정치적 농간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클린턴 후보는 23일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재침을 일반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유엔이 그렇게 결정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 그런 모험을 하는 것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무력사용을 유보하면서 사담 후세인으로 하여금 유엔 사찰단을 조건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부시의 외교 묘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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