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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북 김 부총리 대화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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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북 김 부총리 대화 녹음

입력
199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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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제 상호 보완관계 확인”/“남북 서로 돕는 협력관계 돼야”/노 대통령/“대북투자 이윤 나도록 하겠다”/김 부총리노태우대통령은 24일 상오 11시30분 청와대에서 김달현 북한 부총리를 접견하고 남북경협문제를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에 대해 50분간 요담을 나누었다.

다음은 대화내용.

▲김 부총리=초청과 함께 방문기간중 편의를 돌봐 주시고 저희를 친히 접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 대통령=이제 이념의 시대는 지나고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제전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작은 국토,많은 인구를 가진 남북이 이러한 경제전쟁에서 이겨 나가려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다행히 내가 국정을 책임진 이래 남북대화가 많아지고 대화가 교류·협력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 것을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김 부총리=제가 평양을 떠날 때 김일성주석께서 노 대통령각하께 보내는 구두메시지를 저에게 주셨습니다.(봉투에서 종이를 꺼내 읽으며) 「주석님께서는 노 대통령각하께 따뜻한 문안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북남 합의서가 합의된 이 시점에서 정무원 부총리가 남쪽을 방문한다는 것은 자못 의의가 있다고 말씀하시고 이번 방문이 성과리에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봉투에 종이를 다시 넣음)

▲노 대통령=감사합니다. 돌아가시면 김 주석께 나의 안부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남과 북은 아직 대결상태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를 탈피하지 못하면 민족에 불행이고 역사에 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드높이고 각박한 경쟁시대에서 이겨 나가려면 서로 상대방의 잘못되는 것을 바라서는 안되며 함께 번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결청산의 길 밖에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하나가 되면 7천만의 당당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는 통일 독일보다는 1천만이 적은 숫자이지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보단 많은 숫자입니다. 우리 민족은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나아가 금세기안에 통일을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부총리=각하의 통일의지를 주석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전하겠습니다. 우리도 대결의식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하고 이를 통일로 연결시키고 싶습니다. 제가 남쪽에 온 것은 크게 보면 통일을 위한 것이고 작게보면 경제협력의 돌파구를 찾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몇가지 시범사업에 합의하고 실천해 나가면 대화진전에도 도움이 되고 민족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남포경공업단지 조성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노 대통령=우리는 6월말 현재 약 2천3백건 52억달러에 달하는 해외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김 부총리도 경제 5단체장 주최 만찬에서 얘기했다던데 우리도 러시아·중국같은 외국보다는 같은 민족인 북한에 먼저 더 많이 투자하고 합작사업을 벌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갑갑한 것은 북에 투자하고 또 합작하고 싶어도 투자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자환경이란 단순히 경제적 차원만의 것은 아닙니다. 경제외적 환경도 매우 중요합니다.

김 주석이 북은 핵을 갖고 있지도 않고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북이 서로 확인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되면 북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걸림돌이 해소되지 않겠습니까. 상호사찰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간 공동위원회들이 정식 발족되고 경제적·비경제적 요인들이 해소되면 본격적인 남북 합작사업 및 투자사업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기본방침을 인식해 주십시오. 나는 남포경공업단지 문제는 핵문제가 해결되고 고위급회담과 관련된 부속합의서가 나오면 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제협력의 전 단계로서 우리측 전문가를 북쪽으로 파견해 이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내일 두 부총리가 만날때 협의하도록 하십시오.

▲김 부총리=그렇게 하겠습니다. 산업시찰에 대한 감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남쪽의 경제인들의 포부와 도약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경제인들과 대화를 통해 남북경제가 서로 보완될 수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남쪽의 경제인은 이익이 있어야 북에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이익이 없으면 안들어 올 것입니다. 이윤이 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북의 당국자의 한사람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쪽을 실제로 본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부총리도 평양에 돌아가면 이 사업뿐 아니라 남북간 경협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위해 핵문제와 부속합의서의 합의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현재 남북간에는 여러 회담이 계속 열리고 있지만 희망하는 속도로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호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남의 손실이 곧 북의 이익이 되고 북의 이익이 곧 남이 손실이 된다는 이른바 제로섬게임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현재 남북체제를 서로 건드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남이 손실을 보면 북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북이 어려우면 남이 도와주는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것은 남북 기본합의서와 비핵공동선언의 성실한 실천을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6박7일간의 일정으로 강행군한다고 보고받았는데 피곤하겠습니다. 몸은 피곤하더라도 끊어졌던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남은 일정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평양에 돌아가면 김 주석께 나의 안부와 기본합의서 및 핵문제에 대한 나의 뜻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 부총리=각하의 말씀을 꼭 전해올리겠습니다.(이어 오찬장으로 옮겨 12시25분부터 1시30분까지 오찬)

▲노 대통령=우리 조상이 남긴 좋은 교훈 가운데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말라」는 말이 있듯이 땀흘려 일하면 개인이나 국가나 일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기웁니다.

▲김 부총리=우리도 마찬가지로 일하는 자는 먹고 일하지 않는 자는 굶을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 원리입니다.

▲노 대통령=남북이 함께 더불어 살고 더불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심과 불신을 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남북이 서로 상대방 현실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김 부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경협이 잘 진전되기를 기대합니다.

▲김 부총리=신이 닳도록 다녀야겠습니다. 진실로 고맙습니다.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은 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대로 전하겠습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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