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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상고심 유죄확정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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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상고심 유죄확정 의미

입력
199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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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공권력 권위의 승리/불신시대 「진실」로는 거리감/대법 수첩변조등 7가지 이유 원심 인정/친구 자살방조등 「비상식」수용 의문 여전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해준 혐의로 법정에 세워진 강기훈씨(28)에 대해 법원은 최종적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공권력의 권위」와 「운동권의 도덕성」이 1년2개월여에 걸쳐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이 사건은 24일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에 따라 법률적으론 공권력의 승리로 끝났으나 사법부의 판단을 불신시대의 재야와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로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상고심 재판부인 대법원 형사3부는 김씨 유서가 강씨에 의해 대필됐다는 원심 판결을 모두 인정하고 『자살방조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우선 강씨가 정말 유서를 대필했느냐는 사실인정 여부에 대해 7가지 이유를 들어 사실로 보았다.

첫째 김씨의 유서에 평소 큰 신세를 지고있던 누나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등 본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기 힘들며,둘째는 수사초기에 전민련이 김씨 필적으로 제시한 수첩·업무일지에 변조흔적이 명백하며 그외의 필적도 김씨 필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검찰 수사가 유서필적이 김씨 것과 다르다는 유족들의 이의제기로 시작됐고 김씨 필적임이 명백히 증명되는 필적들과 유서필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상의 필적대조표는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강씨 필적과 유서필적이 유사하며,강씨 스스로도 자신의 진술서와 유서·전민련 수첩 등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가 번복해 심증을 더욱 굳혀준다는 것이다.

자살사건 직후의 강씨 언행도 의문이 많아 필적감정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다 한글과 한글특성을 모르는 일본인 오니시 요시오씨의 감정은 반대 증거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32쪽에 이르는 판결문의 상당부분을 통상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이같은 사실관계 확인에 할애한뒤 대법원은 법리상 쟁점이었던 ▲자살방조죄의 성립여부 ▲범죄사실의 특정문제도 언급했다.

먼저 『자살방조의 방법에는 조언 또는 격려 등 적극적·소극적·물질적·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고 전제,『강씨의 유서대필 행위가 인정된다면 김씨 자살의 동기와 방법 등에 비추어 볼때 자살행위에 도움을 준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가 명시돼 있지 않아 범죄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서는 유서대필자와 자살자 사이에서 은밀히 행해진 대필은 대필자의 자백없이는 일시 장소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자살에 대한 어떤 유서 작성에 의한 방조」인지만 명확하면 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범죄사실 특정문제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고 자살 방조죄는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적극적·정신적 방법으로 동인과 명분을 주어 자살을 용이하게 했다면」 성립한다는 법해석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대해 「강기훈 무죄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범죄자는 강씨가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는 검찰과 법원』이라고 주장,유엔인권위 등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공판절차는 모두 끝났지만 뇌물수수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국과수 김형영씨(53)의 감정결과를 일반인들이 믿어야 하고 유서를 대신 써주며 친구의 자살을 방조하는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비상식」을 받아들이는데 법원의 판단이 얼마나 주효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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