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마련」 기대 미달/진전여지 남긴데 의의김달현부총리 일행의 서울방문이 남북경제협력 진전에 남긴 가시적 성과는 최각규부총리가 공식 초청을 받아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점과 남포경공업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단 파견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북한 고위 경제정책 당국자의 사상 첫 서울방문이 향후 남북경협교류 확대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김 북한 부총리가 판문점 통과직후 전격 제안한 소위 「시범사업」은 최소한의 명맥만을 유지하는 선에서 타당성 조사단 파견으로 일단 매듭지어졌다.
전체적으로 봐서 김 부총리 일행의 이번 방문은 예상대로 「산업시찰」 수준을 넘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방문이 다소 실망스런 결과로 끝난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경협교류를 둘러싼 남북 쌍방의 동상이몽식 접근자세가 서로 어울려 현재로선 답답할 만큼 느린 속도의 진전밖에는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우리측 입장에선 이번 방문을 통해 남북 상호사찰을 비롯한 핵문제 해결없이 어떠한 경협교류도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토대위에서 진행되지 못한다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했고 또 그에 대해 상당한 여론의 지지도 얻었다.
북측은 일부 남한 민간기업들의 공명심을 파고들어 형식상으론 당국대 당국간 교류협의 채널을 마련한 것처럼 하면서 내용상으론 우리측 당국을 제치고 민간기업들과 직접적 거래를 시도했다.
김 부총리 일행과 서울방문 자체가 모그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다시말해 당국의 핵문제 우선 해결 원칙에 막혀 이미 북측에 마구 떠벌린 교류사업 진척이 늦어지자 그 돌파구 마련을 위해 서울행차를 카드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의 일행이 남한에 머무는 동안 줄곧 대우그룹을 편애하는 모습을 보인 점,경제 5단체장 초청 만찬장에서 김 부총리가 코오롱그룹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사실 등은 모두 하나같이 우리측 당국을 우회,민간기업인들의 경쟁심리를 교묘히 부추겨 직접 거래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나올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이같은 접근태도에 대해 『무슨 사업구상이니 투자진출이니 떠들어 대지만 결국 당국간 공식 협의로 자유 왕래나 투자보장 등 제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모두 물거품 같은 말장난일 뿐』이라며 냉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이번 방문을 통해 남포경공업 공단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단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조사단 파견은 경제부총리 안기부장 청와대 안보수석 등 우리 정부의 부총리급 고위책임자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우선 허용 불가라는 기본 원칙과 북측 개방파의 입지 고려라는 두가지 측면을 절충한 선』이라면서 『따라서 조사단 파견이 적어도 시범사업 수용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남북교류사상 상당한 의의를 부여할 수 있는 부총리급 경제정책 당국자의 상호방문을 소중한 「싹」으로 계속 키우는 한편 경협교류 조기확대를 희망하는 남북 양측 관계자들이 서로 왕래하고 사업구상도 나눌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어쨌든 김 북한 부총리 일행이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실상과 산업시설을 직접 눈으로 확인케 된 것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대외개방과 남북경협교류 진전에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은 확실하다.
김 부총리 일행의 방문으로 북한측은 미 일 등 관계개선 희망국가들로부터 「보다 진전된 개방노력」이란 평가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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