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분기별 경제전망/침체론에 쐐기… “부양책 불필요”/물가·수지적자 등도 호전확실/인플레심리 불식 중장기계획 건의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하반기들어 상품수출의 뚜렷한 증가추세에 힘입어 성장내용이 건실화되면서 전반적인 국내경기가 연말께부터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의 이같은 전망은 최근 재계 일각에서 제기한 경기급속 침체론과 그에따른 부양책 요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다시말해 국내경기가 순환사이클상 이미 바닥 저점을 통과했으며 이 단계에서 경기부양을 시도할 경우 또 한번 과열양상을 자초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인 것이다.
KDI가 이날 발표한 분기별 경제전망에 따르면 주요 총량지표 전부문에 걸쳐 일제히 당초 예상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실질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와 지난 4월에 밝힌 7.5%의 거의 비슷한 수준인 7.4%로 예측됐다. 그러나 성장내용을 들여다보면 매분기마다 수정하는 전망치곤 변화가 꽤 심한 편이다. 먼저 지난 3년간 우리경제를 괴롭혀온 물가부문에서 개선추세가 뚜렷하다.
KDI는 지난해 12월 발표때는 올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초 대비 9.8%에 달해 한자릿수조차 달성이 불투명할 것으로 비관했다. 또 지난 4월의 1차수정 때는 8.7%로 다소 낮게 봤으나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정전망에서는 7.8%로 재차 낮춰 이 예상이 적중할 경우 우리경제는 지난 2년간의 9%대 고물가 악몽을 벗어나게 된다.
지난해말 많은 경제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국제수지부문도 마찬가지다. KDI는 연간 적자규모 전망치를 당초 92억달러에서 84억달러로 1차수정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70억달러로 줄여 전망했다.
KDI의 이같은 낙관은 지난달하순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발표때 전년보다 물가는 1∼2% 포인트 낮은 7∼8% 내외,국제수지적자는 15억∼20억달러 줄어드는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장담을 맞장구쳐주는 형국이다.
KDI는 무엇보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상품수출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두자릿수의 꾸준한 증가세를 지속,연간으로도 전년비 11.9%(물량기준)의 상승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물량기준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다면 이는 88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 된다.
반면 수입은 연간으로 8.5% 증가에 그쳐 지난 87년 이후 5년간 계속된 두자릿수 증가세가 한자릿수로 반전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내수경기 과열현상이 진정되면서 올 연간 민간소비 증가가 당초 전망치 8.8%에서 8.2%로 억제되고 투자증가도 당초 8.1%에서 6.1%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KDI의 평가로는 지난 몇년간 건설경기와 내수소비 과열에 의존한 우리경제가 내수진정과 그에 따른 수입둔화,점진적 수출회복에 힘입어 성장내용이 건실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KDI는 이런 개선조짐에 들떠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과 국제수지 적자수준이 여전히 높아 건축규제,내수억제,통화재정긴축으로 이어지는 현행 총수요관리시책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말라고 충고한다.
KDI는 특히 향후 경제상황 변화를 냉정히 주시,하반기에는 연간 18.5%로 계획된 총통화관리목표를 더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인플레 기대심리를 불식하기 위해 점진적 통화량 감축을 포함하는 중장기통화 운용계획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학계 등 경제관계자들 사이에선 『KDI가 최근 독자적인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 이번 분기별 전망이 과거처럼 단순히 「맞장구치기」 수준만은 아닐 것같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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