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선카드 호기활용 가능성 높아져/이라크측 “주권침해” 군부서 더 강경입장걸프전이 끝난지 1년반이 채못되는 중동지역에 또다시 전운이 짙어가고 있다.
이라크가 유엔측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을 거부하자 미영이 주도하는 유엔이 군사제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며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라크의 농무부 청사에 대한 유엔의 전면적인 사찰요구에서 비롯됐다. 이라크가 그동안 은밀히 추진해온 화학무기 및 관련연구자료들이 저장·은닉됐다는 일부 서방정보기관의 첩보에 따라 유엔사찰단은 지난 5일부터 농무부청사에 대한 실사를 허용토록 이라크 정부측에 요구해왔다.
이라크 정부는 그러나 「주권침해」라는 명분을 내세워 유엔측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아무리 유엔의 권능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의 모든 건물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게 할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라크는 서방측을 향해 자국에 대한 공개적인 압력을 중지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는 아메드 후세인 외무장관이 지난 15일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공한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라크는 그간 국제사회가 규정한 모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따라서 90년 8월 쿠웨이트 침공이래 유엔이 이라크 정부에 대해 채택한 모든 제재와 결의를 무효화해달라』는게 요지이다.
하지만 이에대한 서방측 입장은 강경하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 버티는한 이라크의 재무장,특히 핵이나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보유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이 22일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어떠한 선택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나 영국이 『이라크가 정전협정을 완수하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때문이다.
사실 미영의 이같은 태도표명은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유엔측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조치에 앞서 최후통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유엔안보리의 추가결의도 필요치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미국은 걸프전이후 아이젠하워와 아메리카호 등 2척의 항공모함을 위시한 3만여명의 전투병력을 페만과 홍해에 배치,언제라도 이라크에 대한 제한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수도 바그다그 인근에 위치한 알 아티르 핵시설 파괴문제를 둘러싸고 유엔측과 대립하다 결국 서방측 압력에 굴복했던 이라크가 이번 사태를 맞아 어떠한 태도를 취할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라크 군부가 친후세인 추종세력이 득세함에 따라 강경입장으로 돌아서있기 때문에 사태의 순조로운 해결이 어렵다는게 현지외교가의 분석이다.
여기에 이라크의 국민여론까지 『더이상 서방측에 굴종할 수만은 없다』는 식으로 흐르고 있다. 서방측의 계속된 경제제재로 국민의 3분의 2가 기아선상에 처한 상황에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현재보다 못할건 없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유엔에 대해 보복을 외치는 여론이 팽배해 가고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해 어떠한 카드를 사용할지도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다. 하지만 구소 연방의 해체와 걸프전의 승리로 「신국제질서 개편」에 사실상 돛을 올린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사태를 자신의 외교적 역량을 과시할 호기로 활용하려할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실업률 증가 등 미국내 경기침체와 민주당 후보인 빌 클린턴의 인기급등이 재선을 노리는 부시에게 「모종의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속에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전에도 몇차례 압력에 굴복하고 말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하지만 이라크군부나 서방측의 강경론자들이 서로 득세하는 경우 제한적인 규모의 「미니걸프전」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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