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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밤새우며 「발표」 연습/「정보사땅」 수사종결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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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밤새우며 「발표」 연습/「정보사땅」 수사종결 뒷얘기

입력
199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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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밤샘수사 식대만 6백만원/“배후없냐”에 “사기엔 왕도 없다” 일축/김영호씨 “나는 봉이김선달 뺨친 놈”○국회 예상질문도 작성

○…검찰은 이 사건의 최종결론인 「고위층빙자 2단계 사기극」을 언론에 충분히 이해시키기 위해 46쪽이나 되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철야로 발표예행연습을 하고 국회답변에도 대비,1백30여개의 예상질문을 작성.

검찰은 『지난해 다시 터진 오대양사건의 경우 국회예상답변 사항이 2백20여개나 됐던데 비해 적은 것은 이 사건이 그만큼 명쾌하고 단순하다는 반증』이라고 주장.

한 검사는 『철저히 조사해봤더니 배후에는 등이 있더라』고 농담.

○“자금추적 가장 고전”

○…검찰은 수사중 가장 어려움을 겼었던 부분이 자금추적이었다고 토로.

정건중씨 등 사기범 일당이 제일생명에서 빼돌린 돈을 굴려온 통장이 무려 80여개나 되고 이중 가명계좌통장이 45개,김인수·박삼화·김영호·정영진 등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가 14개가 됐기 때문.

한 검사는 『2주정도의 단기간에 그 많은 계좌를 일일이 다 추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는데도 결국은 해냈다』면서 『하루빨리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주변 설렁탕 집 호황

○…검사 9명과 수사관 등 1백여명이 동원된 이번 사건은 꼬박 17일동안 철야수사로 일관,식대로만 6백여만원을 지출.

이 액수는 수사팀인 서울지검 특수1부의 1년치 수사비 8백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배달된 밥그릇수만해도 무려 1천5백여개.

특히 은행감독원 직원 12명이 검찰에 출장와 수사에 협조할 때는 하루에 1백80여 그릇이 배달돼 청사주변의 설렁탕집이 때아닌 호황.

○“용돈치곤 너무 거액”

○…제일생명 윤성식상무가 개인적으로 빌려썼다는 8억원의 행방을 추적하던 검찰은 이중 2억원이라는 거액을 윤 상무가 지난 신정과 설날에 박남규회장에게 단순히 「용돈」으로 바친 사실이 드러나 이 돈의 성격규정 문제로 무척 고심했다는 후문.

「용돈」 치고는 액수가 너무 큰데다 박 회장이 돈의 출처나 성격을 일절 물어보지 않고 관례에 따라 상납금이라고 생각하고 받았을 뿐이라고 진술한 때문.

이에대해 검찰주변에서는 돈을 건네준 시점이 윤 상무의 이사임기 만료시한인 92년 6월을 불과 몇달앞둔 때여서 인사청탁성 뇌물이 아니겠느냐고 추측.

○…수사검사들은 사건을 저마다 독특한 표현으로 성격규정.

김영호씨를 조사했던 박광우검사는 『정신나간 김영호와 바람 든 정건중,공명심에 불탄 윤성식상무가 어우러져 엮어낸 단순사기극』이라고 말했고 자금추적을 총괄했던 이완수검사는 『밀실행정과 한탕주의가 빚어낸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사회학적으로 조명.

수사지휘를 맡은 이명재 특수1부장 검사는 『배후가 없을 수 있느냐』는 보도진의 질문을 『사기에 무슨 관행이냐,사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일축.

이 부장검사는 『수사를 하다보니 노른자땅이 어디 어디인지 알게됐다』며 쓴웃음.

○…구속된 사람들도 저마다 독특한 말을 한마디씩 남겨 화제.

김영호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 실토한후 『나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한 놈』이라고 사기꾼임을 인정했고 정건중씨는 난데없이 『나는 국제정치에 밝은 케네디대통령같은 분을 존경한다』며 『중국의 등소평이 주장한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잡으면 된다는 의미. 중국에 이익만된다면 자본주의체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처럼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말해 수사관들이 어리둥절.

제일생명 윤 상무는 『정씨일당에게 멋모르고 술 얻어먹다 망했다』고 푸념. 윤 상무는 구속집행이 임박하자 『해먹을 만큼 해먹었으니 이제 편히 쉬고싶다』며 오히려 후련해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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