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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 활성화 급하다(대학을 살리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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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학기」 활성화 급하다(대학을 살리자:21)

입력
199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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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간 학점 상호인정/학과별 고유강좌 개설/자율적 학업설계 보장/조기졸업·취업 등 교육 효율성 높여/재정지원 확충·교수충원 “최대과제”/“국제추세 고려” 현 「2학기제」 탄력적 개선 바람직대학이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면서 현행 학기제를 신축성있게 개선,교육 및 학문적 산출기능을 극대화하고 대학시설의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대학 내부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고수해온 전통적 2학기제는 전국 1백32개 대학의 1백50여만명의 학생이 일제히 방학에 들어가고 수업을 개시하는 획일적인 학사일정으로 교육과정 운영을 경직화시킬 뿐 아니라 가뜩이나 부족한 대학시설을 방학기간중에 공동화시켜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12주이상 계속되는 우리 대학의 여름방학 기간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그 활용도로 볼때 「휴면기간」이 너무 길다.

교육전문가들은 구미의 4학기제는 차치하고라도 계절학기의 활성화 등을 통해 현행 학기제의 경직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꾸준하게 제기했다.

여름학기를 활용,조기졸업하거나 취업을 하며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학업설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대학과 학문간의 교류를 통해 획일적으로 서열화된 대학간 차등구조의 숨통을 터보자는 것이다.

연세대 이성호교수(교육학)는 『8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여름학기제는 우리나라 대학에서 새로운 학기제 도입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계절학기는 아직 정규 학기로 정착되지 못해 「학기」라기 보다는 하계과정(Summer Session)이라고 불러야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학기제가 현재의 골격으로 개편된 것은 지난 84년이후.

과거 겨울철 난방비 감축을 위해 겨울방학을 길게하고 여름방학을 짧게 했던 것을 겨울방학을 줄이고 여름방학을 7주에서 12주로 늘렸다.

이때부터 일부대학에서 방학중 「계절학기」 또는 「하계강좌」를 4∼6주 단위로 개설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강신청 학생수가 모자라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과목도 있었고 학점이 부족한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편법으로 운영되기도 하던 계절학기가 최근에는 강좌의 다양화로 수강생이 늘어나면서 정착돼 가는 추세다.

서울대의 경우 84년 5주과정으로 38개 강좌를 개설하면서 계절학기를 시작했으나 올여름에는 1백55개 강좌로 늘어나고 강의내용도 알차졌다.

올여름 수강 학생수도 6천4백57명으로 전체 대학생의 30%에 달해 방학기간에도 대학시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에 의하면 90년이후 일반 교양강좌와 수영·볼링·골프·테니스 등 레저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서울대는 올해 19개의 스포츠강좌를 개설,7백여명이 수강중인데 특히 볼링과목은 강좌가 8개나 개설돼 있다.

이 대학 김산군(21·경제 3)은 『4학년때 여유있게 취직공부를 하기 위해 미리 학점을 따 두려고 여름학기를 수강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학생활을 자유롭게 설계하기에는 계절학기 강좌의 선택폭이 너무 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지난해 21개 과목에 5백여명의 학생이 수강했던 「하계강좌」가 올해는 24개 과목 7백2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22일부터 7월23일까지 32일동안 1,2차로 나뉘어 개설된 이 대학의 여름학기에는 정치·사회·경제학개론 등 교양필수과목을 비롯,「생활과 법률」 「예술사」 등 학기중 수강신청자가 넘쳤던 선택과목 등이 개설돼 있다.

성균관대 고상룡 교무처장은 『여름학기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해마다 달라지면서 방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름학기제에 대한 교수·학생들의 인식변화에도 불구,학교측의 재정지원 등은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대 백충현 교무처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난방비가 부족해 겨울방학이 긴데 구미의 방학과 주기가 틀려 불편한 점이 많다』며 『특히 해마다 9월초에 열리는 국제법학회 등 세계적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싶어도 개강이 되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손직수교수(교육학)는 『방학기간중에는 학부학생과 교수들간의 연결이 단절될 뿐 아니라 국내 학회도 대부분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도서관과 실험실습장비 등 평소 수용능력이 부족한 대학시설을 연장 활용할 수 있는 계절학기의 활성화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최근 우리 학생들도 「노는 방학」에서 탈피하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학기제 개선은 4학기제 등 외국제도의 무분별한 도입보다는 학교별로 획일적인 방학제도를 자율적으로 개선해 나갈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박흥수 기획실장은 『우리나라 대학생이 4년동안 강의받는 총시간을 일수로 따져보면 평균 97일에 불과하다』고 지적,『앞으로 우리 대학이 국제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학기제를 탄력적으로 개선,낭비기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4학기제가 현행 학기제보다 1년을 풀가동하고 강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장점도 있으나 ▲학교측의 재정확충과 ▲교수의 대폭 증원 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만큼 우선은 계절학기를 활성화시켜 강의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이돈희교수(교육학)도 『여름과 겨울의 방학기간이 활용도에 비해 너무 길다』고 지적,『시급한 일은 학원식 수업수준에 머물고 있는 여름강좌를 개선,1년중 3분의 1을 낭비하는 학문적 결손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입된지 9년째를 맞는 계절학기제가 정규학기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교수·학생 모두가 「학기는 2학기제여야 하고,방학은 쉬는 것」이라는 오랜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대학이 고유한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유사한 여름강좌를 설치하고 있는 것도 계절학기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원인중의 하나이다.

고려대 최동호교수(국문학)는 『방학기간중 각 대학이 학문적·지역적 강점을 살리는 독특한 강좌를 집중 개설하고 취득 학점을 상호 인정하는 방안이 혁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대 이성호교수는 『여름학기가 소수과목의 특강이 아닌 정상적인 학기로 운영될 경우,교육의 집중도 향상 뿐 아니라 경영의 효율성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학기제의 개선은 각 대학이 나름대로의 독특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스스로 추진할 때 비로소 실효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충수업이나 취미 교양과정 수준을 넘어서 학점을 부여하는 강좌개설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수강학생을 유치하는 대학당국의 노력이 아쉽다고 교수·학생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여름학기제 12주중 8주 정도는 계절학기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조기졸업 희망학생,계속교육을 원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개설,대학이 연중 무휴로 가동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각국 「학기제」와 장단점/겨울방학 축소로 「연말」낭비 줄여/조기 2학기제/2∼3학기 자유등록… 부실 우려도/4학기제/15주 단위로 편성 “시설 최대활용”/3학기제/학기사이에 현장 견학·개별연구/4­1­4제

대학의 학기제 또는 학사력은 대학인구의 급격한 증가한 함께 세계 각국에서 부단하게 연구의 대상이 되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70년대들어 「학기제의 혁명기」라고 할 정도로 주에 따라 수많은 학기제를 고안,운용하고 있다.

각국의 학기제를 보편적인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전통적 2학기제(Traditional Semester)=미국의 일부대학과 독일의 종합대학 및 기술공업대학,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채택되고 있는 전형적인 학기제.

여름방학이 긴 것이 특징인데 본래 학문적 이유에서 보다는 농업경제의 하계 농작기간을 고려해 기간이 길어졌다.

미국의 2학기제는 1학기가 9월중순에서 1월하순까지,2학기는 짧은 겨울방학뒤 2월초순에서 6월초순까지 이어지고 여름방학은 약 3개월이나 된다.

2학기제의 장점은 ▲실제 수업시간이 비교적 길고 ▲과목수가 적고 수강등록과 시험기간 등이 짧아 강의가 여유를 가지고 진행될 수 있다는 점.

일본의 경우 1학기는 4월1일부터 9월까지,2학기는 10월1일부터 3월말까지 계속되며 7월부터 9월초까지,12월중순부터 1월중순까지 각각 방학이 들어있으며 공식적인 여름 계절학기는 없다.

반면 단점은 ▲학과목수가 제한됨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의 폭이 제한되고 ▲10주이내로 끝낼 수 있는 과목의 강도의 15주를 계속,강의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비효율적인 점을 들 수 있다.

◇조기 2학기제(Early Semester)=성탄절과 연말연시의 낭비기간을 줄이기 위해 학사일정을 1개월 가량 앞당긴다.

1학기는 8월말∼12월중순까지,2학기는 1월중순∼5월하순으로 70년대들어 미국에서 보편화되기 시작해 현재는 미국 4년제 대학의 50% 가량이 채택하고 있다.

◇4­1­4제(Interim Calender)=1학기와 2학기 사이의 3∼4주(미국의 경우 겨울)를 중간학기로 설정,현장 견학과 개별연구 및 군소과목 학점취득에 할당하게 하는 제도.

1개월 가까이 허송세월 하지않고 연구와 학습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간학기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행정부담이 가중돼 미국에서도 이를 채택한 대학수는 전체의 10% 미만이다.

◇4학기제(Quarter)=1년을 10∼12주씩 4개기간으로 구분,매학기에 3과목(9학점) 가량을 수강한다.

여름학기가 정규학기로 인정되며 학생들은 4학기중 매년 2∼3학기 이상만 자유롭게 선택,등록하고 방학기간을 4계절중 마음대로 택할 수 있다.

미국 중서부와 서해안의 신흥 대학들이 주로 선택하고 있는 4학기제는 학기마다 적은 수의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강하고 재학기간중 어느 학기제 보다도 다양하고 충실하게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가장 많은 학습량을 확보하면서도 변화에 유연성있게 대처할 수 있으나 돌발사태로 휴강될 경우 보전할 여유가 없고 강의가 부실해지거나 피상적으로 흐를 경우도 가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사정으로는 교수확보 등 교육여건 개선에 대한 부담이 크고 행정사무량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채택하기 힘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중간시험과 학기말이 연중 반복되는 고달픈 학기제이기도 하다.

◇3학기제(Trimester)=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국가와 독일의 일반대학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4학기제처럼 여름방학기간을 정규학기로 인정하고 2학기제처럼 한 학기를 15주 안팎의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2학기제에서는 보통 한 학기당 3학점짜리 과목을 4개씩 수강하고 있으나 3학기제는 3과목씩 수강토록해 3­3제로도 불린다.

대학의 시간과 시설을 연중 무휴로 활용하려는 취지로 고안된 것이나 매 학기마다 꾸준하고 고른 분포의 등록이 가능해야만 재정적으로 뒷받침을 받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최종욱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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