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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개표가 있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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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개표가 있었나(사설)

입력
199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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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개표과정의 계표착오로 인해 당선자와 낙선자가 뒤바뀐 사건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당선자인 민자당의 김용채의원은 정무장관까지 맡고 있다가 씁쓸하게 퇴장하고 있고 낙선자였던 민주당의 임채정씨는 빼앗길뻔 했던 금배지를 찾았다고 싱글벙글 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희비가 교차하는 정치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느끼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우선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직도 투개표과정에서 부정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고의에서 저질러진 것인지,아니면 단순착오에 의한 실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컴퓨터시대에 그런 일이 터졌다는 것은 다른나라 보기에도 창피한 일이다.

다른 분야는 보두 전산화시대를 달리고 있는데 선거는 예나 지금이나 수작업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치와 정치인의 사고방식이 그만큼 뒤떨어져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제 각급의 여러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화시대를 맞았기 때문에 각종 선거를 공정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를 현대식으로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새삼 발견하는 또하나의 정치단면은 투개표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차지하는 여당의 프리미엄이다. 지난 3·24총선 결과를 두고 소송이 걸려 재검표를 한 곳은 이번의 서울 노원을구만이 아니다. 당락이 뒤집힐 정도의 오차는 나지 않았지만 서울 서초을구와 울산중·안양갑구도 이미 재검표를 했다.

이중 당초의 개표결과에 비해 여당표가 늘어난 것은 안양갑뿐(단 1표)이었고,다른지역에서는 모두 여당표가 줄고 야당표가 늘어났다. 이를 두고 행정기관이 개입했다고까지 비약해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오차의 편차가 여당 후보쪽으로 약간이나마 기울어진 결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 여기서 바로 선거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오는 대통령선거에서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임명직 단체장 대신 직선 단체장이 훨씬 낫다는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 재검표를 받아야할 투표함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면 더욱 정확한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선거횟수도 늘어나고 유권자수도 불어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각급 선거를 보다 능률적으로 관리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획기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것 같다. 구미 선진국에서 하는 일을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런 개선방안이 실천에 옮겨지기 전까지는 부득이 재래식의 수작업방법에 의해 투개표가 이뤄질 수 밖에 없는데,그렇다면 그때까지는 정당참관인의 수를 늘리거나 시민 감시기구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여러가지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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