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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미결… 「시범사업」 불투명/당국,「불가론」 비공식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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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미결… 「시범사업」 불투명/당국,「불가론」 비공식 피력

입력
199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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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합의서틀 이탈·북 제도미비도 지적/김 주석 핵타결 친서 전달땐 반전가능성북한 김달현부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시범사업」이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또 현재와 향후 남북관계의 흐름상 어떤형식으로 추진될 수 있으며 이를위해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김달현부총리 일행이 서울에 발을 들이자마자 제기한 시범사업 우선 실시론을 놓고 민족협조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관계당국은 21일 시범사업추진은 현실여건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반론을 비공식적으로 피력,주목을 끌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 동포들에게 민족화합 측면에서 뭔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자는 식의 정서적 접근 자세로는 자칫 이번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을 통해 북한 당국이 노리는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매우 냉혹한 판단으로 비쳐질 우려도 적지않은 관계당국의 「시범사업 불가론」은 대체로 세가지 기본시각에 근거한다.

첫째 남북상호사찰 관철을 축으로 하는 핵문제 타결에 확실한 담보가 전제되기 전에는 어떤 형태의 경협교류 진전도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핵문제가 가공할 안보상 위협요소에 관련되는 사안이므로 전면사찰수용이나 전면 거부라는 양 극단의 선택이 있을뿐 흥정이나 절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상황분석을 배경에 깔고 있다.

핵문제라는 근본적 상호불신요인을 그냥 덮어둔채 몇가지 경협교류사업을 서둘러 벌여봤자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당국이 두번째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점은 김 북한 부총리의 시범사업 제의가 이미 남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채택한 기본합의서 틀을 크게 벗어나고 있기때문. 김 부총리는 서울에 온 뒤 『기본합의서가 발표됐으나 그 이행을 위한 각종 분과위 활동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전면교류 실현에 앞서 시범적으로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논지를 펴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듣기에 따라 기본합의서 후속조치의 진척이 늦어진 이유가 남측 당국의 불성실한 협상자세에서 비롯됐으므로 기본합의를 축으로하는 공식채널 가동을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우선 시범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얘기가 된다.

당국 관계자는 『기본 대화흐름이 시원치 못한 원인을 모두 상대탓으로 돌리고 그 대신 곁가지를 터보자는 식이어서 시범사업 제기의 의도가 순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당국은 현행 남북관계 여건상 시범사업은 이대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며 또 북한측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뭔지 몰라도 남포합작공단 수준이라면 실현성조차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가령 시범사업이 합작공장 설립이라면 맨먼저 북한의 합영법이 구체적으로 우리 기업인들의 투자진출을 확실히 외국기업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 줄 것이냐에 대해 상세한 검토와 북측의 약속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기계설비와 자금이 옮겨가야 하는 투자사업의 경우 과실송금 등 투자이익 환수가 가능하도록 각종 제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과거 소련이나 중국 등 북방국가와의 교류에서 빚은 시행착오를 감안해서도 특히 대북경협과 관련,반드시 먼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시범사업 실시를 위해서는 이번 김 부총리 일행의 서울 방문길이나 최각규부총리의 평양방문,민간경협 사절단의 방북수준을 넘는 남북간 인적 자유왕래가 항구적이고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당국 관계자는 덧붙여 『북한측이 지금까지 대외개방을 추진해온 과정을 쪽거슬러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합영법 제정 등을 통한 대외개방을 추진하면서 맨처음엔 주로 서방선진국의 투자유치에 노력했고 그 다음으로 일본기업의 북한 현지합작을 유도했다는 것.

그럼에도 조총련계 일부 재일교포들의 자본을 소규모 끌어들이는데 그치자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후해 남한과 연계해 러시아 등 제3국으로 합작진출하자고 제의하는가 하면 이번 서울 방문을 통해 우리측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당국간섭 없이 대북진출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모양으로 방향선회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볼때 북한은 마침내 당국대 당국간 교류라는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 때가 되면 자연스레 기본합의서 이행이라는 공식 채널로 돌아와 보다 항구적인 토대위에서 남북경협교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분석과 전망은 만약 김 북한 부총리가 청와대에서 노태우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핵문제를 타개할 확실한 보장과 담보가 담긴 김일성 북한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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