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위해 불가피” 워싱턴 정가 소문 무성/최근 지지율 고전따라/「탁월한 능력」 재기용설/“부시와 한배탄 입장… 참여 분명” 관측도【워싱턴 로이터 AP=연합】 제임스 베이커 미국 국무장관이 멀지않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관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워싱턴 정가에 파다하다.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던 로스 페로의 돌연한 사퇴와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맞물리면서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커 장관이 부시의 재선을 위해 다시 뛸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점차 기정사실화돼 가고 있다.
부시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베이커는 지난 88년 대선에서 부시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에게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해 고민하던 당시 재무장관직을 과감히 사퇴한 뒤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부시의 당선에 결정적인 공로를 수행했다.
페로의 후보사퇴와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부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과 마찬가지인 30%선의 지지율에 머무른 반면 경쟁자인 클린턴은 부시를 근 20%포인트 이상을 앞서는 50%선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따라서 부시가 요즘처럼 고전을 계속한다면 베이커 장관의 복귀 확률은 90%선이라고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와이오밍 목장에서 베이커 장관과 함께 낚시를 하면서 그의 복귀 문제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으나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고 말해 베이커의 복귀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베이커는 탁월한 정치력과 부시와의 친분관계,특히 백악관내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력에 뛰어나 부시의 대선진영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부시가 심지어 러닝 메이트인 댄 퀘일 현 부통령을 포기할 것을 고려중이라는 루머가 나돌아 현재 부시 진영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당내 인사들은 퀘일과 관련된 루머를 부인하면서 부시가 재선을 위해서는 퀘일을 포기하기 보다는 베이커를 재기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커 장관은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있는 오는 8월중순께 선거운동 참여를 발표하되 부시의 선거운동 본부쪽보다는 대통령 고문을 맡을 확률이 크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재임기간중 걸프전 승리와 중동평화회담,구 소련 붕괴이후 미국의 유일 강대국 지위 확립 등 부시 정권의 최대 치적인 외교부문의 핵심역할을 해왔던 베이커 장관은 국무장관직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그의 백악관 복귀설의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즉,부시가 낙선할 경우 그로서는 좋든싫든 국무장관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도 부시의 재선을 위해 발벗고 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의 인기 급상승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클린턴 후보는 『전당대회 여파 덕분』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자신의 정책이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 갔으며 동시에 지난 한달여간 유권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인기 상승이 단순히 전당대회 여파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페로의 지지자들이 대개 보수성향이기 때문에 그가 후보를 사퇴할 경우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리라는 예측도 현재로서는 완전히 빗나갔다. 여론조사 결과 페로 지지자 가운데 약 3분의 2가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반면 부시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20%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페로의 갑작스런 등장과 역시 갑작스런 사퇴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 부시로서는 표류하고 있는 페로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베이커 장관을 쓸 수 밖에 없으며 다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기 선택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장 현실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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