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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현부총리에게 바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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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현부총리에게 바란다(사설)

입력
1992.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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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래 북한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로서는 처음 남한에 온 김달현부총리의 서울방문의 목적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그는 남북간에 정치적인 화해 이전에도 경공업부문의 합작과 공단건설 등 소위 시범사업과 남한 민간경제계와의 교역 등을 실시할 것을 희망한 것이다. 최각규·김달현 등 남북한의 부총리가 남북간의 경제협력을 조속히 실시한다는 원칙에 합의한대로 우리도 북한측의 희망처럼 시범사업을 포함한 각 분야에 걸친 경제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지를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서도 상호 핵사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차제에 우리는 서울에 온 김 부총리 일행에게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남한 체류기간이 1주일에 불과하지만 이번 일행이 북한 최고의 경제전문관료들인 만큼 남한의 경·중공업과 기술수준 및 유통구조 등 경제현황을 최대한 정확히 관찰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것은 단지 남한경제가 북한보다 크게 앞선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의 상층부는 남한경제의 발전과 세계경제에서 점하는 위치와 역할에 대해 많이 들어서 알고 있겠으나 이번 기회에 현장을 직접 보고 또 민간기업인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장차 보다 합리적이고 서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남북 경협을 촉진시키는데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은 이제 경제부문에서도 보다 솔직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즉 북한 경제전반에 관한 실상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지난 1970년대 초까지 남한보다 앞선 북한의 경제가 무기생산 등 중공업 치중과 불필요한 정치적 건조물에 대한 무리한 투자,사회주의 경제운영의 모순 등으로 진작부터 경제가 후퇴한데다 소련·동구 공산권의 몰락으로 지원중단과 수출부진 등으로 엄청난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음은 비밀이 아니다.

김 부총리는 입경 첫날 만찬연설에서 『북한은 자립적인 민족경제의 튼튼한 터전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우리로서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이미 파탄에의 길로 접어든 북한 경제난의 원인을 경제정책 실패와 체제의 모순때문이 아니고 구 소련 등의 실패와 자멸 등으로 돌리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북한이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획기적 조치라고 자랑해온 소위 외국과의 합영사업도 지금까지의 67건중 조총련계를 제외한 순수 외국업체와는 17건에 불과하지 않는가.

최근의 일로 김 부총리가 주도해서 초청,소위 두만강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나진­청진­선봉일대를 둘러봤던 한·미·일의 기업인 전문가 등이 『북한경제의 실상도 모르고 이같이 거대한 사업에 어떻게 투자하고 진출할 수 있겠는가』고 회의를 나타냈던 것은 매우 뼈있는 지적이다. 도대체 북한정권 수립이후 44년간 단 한차례도 국가전반의 통계는 물론 경제관계 지표를 공표한 일이 없다. 오늘날 국제 경협에서 국가는 개인기업이든 거래국가의 정확한 경제사정을 모르고는 누구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부총리에게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핵 상호사찰과 노부모 고향방문 등 인도적인 문제의 선결없이는 어떠한 남북 경협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상호 핵사찰로 진정한 화해를 다짐한뒤에야 남북한 경협이 이뤄지고,또 이의 실험과정을 본뒤에야 북한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미국과 일본과의 교류도 비로소 촉진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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