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료 뿌리자”에 “수확도” 화답/만찬전 고위회담 예정시간 초과/“최 부총리 북에 오면 더 잘 풀릴 것”/백화점방문 북한 상품가격등 큰 관심/「만찬사」 수위조정 구체안 막판 제외○…김 부총리는 19일 상오 판문점을 통과한뒤 평화의 집에서 한갑수 경제기획원차관과 가진 첫 면담에서 이번 방문이 경제차원에서 『우리가 경제협력을 잘해서 통일을 앞당기자』고 인사. 이에 한 차관이 『통일의 비료가 되려고 오신 것 아니냐』고 하자 『통일의 비료도 뿌리고 수확도 하고…』라고 화답하며 웃음.
○방북 초청 확정 시사
○…김 부총리는 한 차관에게 『이번에 우리가 한번 오고 최각규부총리가(북에) 한번 오시면 더욱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해 이미 최 부총리의 초청이 사실상 확정돼있음을 시사.
또 한 차관이 서울인구가 1천만명이라고 말하자 『사람이 늘고 차가 불면 문제』라며 『평양은 사람을 안 늘리는 방향으로 나간다. 수도가 커지면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며 관심을 표명.
○…판문점을 떠나 이날 상오 11시49분 숙소인 힐튼호텔 정문에 도착한 김달현부총리 일행은 로비에서 마중나온 최각규부총리의 영접을 받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뒤 21층 김 부총리의 방으로 옮겨 장마와 교통문제 등을 주제로 양측 실무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10여분간 환담.
이어 최 부총리가 『일주일동안 피로하겠지만 산업현장을 다 보아달라』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일주일은 긴 시간이다. 산업시설을 다 둘러 보겠다』고 화답.
최 부총리가 날씨로 화제를 옮겨 장마를 걱정하자 김 부총리는 『북에는 아직 비가 오지 않는다』며 『태풍은 남측에서 북측으로 몰아치므로 남쪽이 피해가 크다』고 걱정.
또 최 부총리가 『일천만 인구의 도시로서 산이 있는 곳은 서울뿐』이라며 『그러나 교통이 혼잡해서 터널을 많이 뚫고 있다』고 소개하자 김 부총리도 깊은 관심을 표시.
○…이에 앞서 김 부총리 일행 10명은 이날 우리측이 제공한 3대의 승용차와 1대의 미니버스편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오 10시5분께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 도착.
김 부총리와 정운업 삼천리총회사 총사장,리성대 북경주재 무역참사 등 장·차관급 3명은 영접나온 한 차관과 『안녕하십니까』라고 반갑게 서로 인사를 교환.
이날 평화의 집 주변에는 AP,로이터,타스,산케이 등 외신기자 10여명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으나 오히려 북측 기자들은 수행 취재원외에는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아 눈길.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북한이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하기도.
김 부총리는 10시30분 판문점을 출발하기에 앞서 정확한 한자이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이름 마지막자는 솔귀 현이 아니라 검을 현』이라고 수정해 주기도.
○비원 관람 밝은 표정
○…김 부총리 일행은 하오 2시50분께 우리측이 준비한 승용차에 나눠타고 경찰 오토바이 10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힐튼호텔을 출발,비원과 잠실 롯데월드를 관람.
하오 3시께 비원에 도착한 김 부총리 일행은 안내원 백소영양(24)의 설명을 들으며 40여분간 인정전 부용지 등을 관람.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웃옷을 벗어든채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는 김 부총리는 임금님 내외가 살던 내전인 대조전에 이르러서는 『내전이라면 잡인들은 못들어가는 곳이 아니냐』고 백양에게 물으며 시종 밝은 표정.
김 부총리는 부용지서 10여분간 정운업 무역부 삼천리총회사 총사장,리성대 중국주재 무역참사 등과 청량음료를 마시며 잠시 휴식한뒤 정문으로 돌아와 방명록에 「귀중한 민족 문화유산을 자손만대에 길이 전하자. 1992·7·19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무원 부총리 김달현」이라고 자필 서명.
○…비원방문을 마친뒤 김 부총리 일행은 하오 4시5분께 잠실 롯데월드에 도착,3층 민속관에 들러 선사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 유적 유물모형을 30여분간 관람.
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 민속관으로 올라갈 때 쇼핑나온 시민들이 알아보고 박수로 반갑게 맞이하자 손을 흔들어 답례.
일행은 하오 4시35분께 민속관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북한상품 특별판매점에 들어가 북한산 백로술과 개성 인삼술의 값을 묻는 등 북한상품에 관심을 표명.
이어 일행은 특별판매점에 인접한 「송파」라는 향토 음식점에 들러 식혜를 마시며 휴식.
○인두화점서 그림 감상
○…민속전시관을 관람하고 나온 김 부총리 일행은 출입문 바로 앞에 있는 인두를 불에 달궈 나무판에 그림을 그려넣는 인두화점에 들러 5분여동안 그림을 감상.
인두화 상점주인 김기희씨(35)는 김 부총리에게 『지난해 연형묵총리도 여기에 들러 인두화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며 『부총리께서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
주인 김씨는 김 부총리 일행이 떠난뒤 농민들이 장기를 두며 쉬고 있는 모습이 담긴 그림과 집안에서 여인들이 음식장만을 하는 작품 2점을 골라 김 부총리와 연 총리에게 각각 선물하겠다며 정성스레 포장.
○…김 부총리는 이어 전시관 출입구쪽으로 나와 방명록에 「근면하고 슬기로운 우리민족 김달현」이라고 서명하고 에스컬레이터로 1층 어드밴처공연장으로 내려와 김웅세 롯데월드 사장의 안내로 1층 어드벤처정문에 들어서 롯데월드의 마스콧인 「로티」(남)와 「로리」(여)로부터 꽃다발을 증정받고 백파이프연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잠시 감상.
○…김 부총리는 어드밴처 1층 난간을 따라 지하의 아이스링크를 구경하면서 가든스테이지쪽으로 갔으나 이때 가든스테이지에서는 「러시아 댄스 컴퍼니 초청공연」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가 크게 울려퍼지자 발길을 돌렸는데 어드벤처를 나가는 도중 남녀 손목시계 1개씩,나머지 수행원들은 롯데월드 기획상품인 탁상시계 1개씩을 전달받기도.
○두만강문제 언급없어
○…기획원측은 하얏트호텔에서 있은 최 부총리의 만찬사에서 남포공단 합작건설 시베리아 가스공급사업 두만강유역 개발사업 등의 구체적인 논의를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최종 문안에서는 이를 제외.
기획원측의 연설문안을 이날 하오 2시께 미리 배포하려다 하오 4시께로 늦춘 것도 이같은 시급한 문안 조정작업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
이에 대해 『북한의 김 부총리가 판문점 기자회견을 통해 시범사업 문제를 예상보다 강도높게 거론하자 우리 정부가 먼저 「수위조절」에 나선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측이 시범사업에 대한 의욕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상 우리측은 협상전략상 시범사업 추진의 「본심」을 숨기려는 전술일 것』이라는 관측도.
이와 관련,한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북측 정책관계자들이 우리의 산업시설을 둘러보게 하고 민간기업인들도 직접 만나 얘기듣게 하려는 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정치적인 함축을 가능한한 배제하면서 특히 북측 일행이 다소 감정적 차원에서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는 엄청난 사업추진 제의같은 것은 아예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전 연막인지 본심인지 혼란을 주기도.
○…최 부총리 초청만찬에 앞서 양측은 하오 7시부터 2층 아이스룸에서의 각각 대표 6명이 참석한 고위급회담을 가져 내용에 관심이 집중.
고위급회담에는 북한측에서 김 부총리,정운업 삼천리총회사 총사장,리성대 중국주재 무역참사,김동국 정무원 책임지도원,림태덕 대외경제협력추진위 서기장,황보혁 무역부 부국장 등 6명이,그리고 우리측에서는 최 부총리를 비롯,김종휘 외교안보수석,임동원 통일원차관,김태연 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강희복 기획원 제1협력관 등이 참석.
하오 7시부터 시작된 양측 고위급회담은 비공개로 당초 10∼15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35분이 소요돼 비중있는 얘기들이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들.
○…공식만찬에 앞서 칵테일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북측 대표단의 황보혁 무역부 부국장은 『해외 합작사업이 잘 돼가느냐』고 우리측 관계자가 묻자 『프랑스,영국 등과 합작을 추진해 진행중』이라고 답변.
그는 또 『김 부총리와 무역부에 같이 있어 해외 출장을 여러번 같이 다녔다』고 말해 북한이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임을 간접적으로 시인.
○환경문제 환담 나눠
○…최각규부총리와 김달현부총리 등 양측 인사 10여명은 만찬에 앞서 30분 가량 별도 비공개회담을 가진뒤 칵테일 파티장으로 옮겨와 환담을 나눴다.
최 부총리는 김 부총리를 창가로 안내,『도시가 커지고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강에서 물고기가 죽어 시민들이 걱정하곤 했다』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여름에 온도가 올라가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며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이기도.
이에 앞서 김 부총리는 최 부총리의 제의로 건배하면서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오늘 태어난뒤 제일 많이 사진을 찍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김경철·정희경기자>김경철·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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