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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청소년/「충동절도」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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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청소년/「충동절도」 유행

입력
199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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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백화점·서점대상 CD·옷·책 등 “슬쩍”/죄책감은 실종… “실적 많을수록 인기” 기현상/성적 상위학생 많아… 올바른 가치교육 시급순간적인 충동으로 물건을 훔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또 일부 고교생들 사이에서는 훔친 물건을 많이가진 학생의 인기가 높은 묘한 유행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대형서점과 백화점 등에서 사람이 많이 붐비는 주말과 할인판매 기간에 카셋테이프·콤팩트디스크(CD)·책·의류 등 가방 등에 슬쩍 담아들고 나갈 수 있는 물건을 훔치는데 유명가수의 CD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5일 한모군(14·S중 3) 등 중학생 3명이 L백화점에서 카셋테이프 3개를 훔치다 판매원에 의해 붙잡혔다. 판매원의 아량으로 반성문만 쓰고 부모에게 넘겨진 이들은 한결같이 부유층 집안의 자녀인데다 반에서 3∼4등을 할 정도로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또 같은날 이 백화점 2층 여성의류 코너에서 여성용 조끼 등 20여만원 어치의 옷을 훔치다 붙잡힌 한모양(17·S여고 2)은 경찰에서 『왜 옷을 훔치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나 뿐만 아니라 주위 친구들중에 훔친 옷으로 멋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L백화점 관계자에 의하면 매달평균 1백건 이상 발생하는 도난사건 가운데 청소년 범행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

S백화점 레코드코너의 판매원 김모씨(25)는 『하루 대여섯건씩 발생하는 중고생들의 CD 절도행각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서너명씩 떼로 몰려와 매장을 혼란스럽게 한뒤 훔쳐가 번번히 당하곤 한다』며 『잡아놓고 보면 대개가 여유있는 가정의 자녀들이 호기심에서 저지른 단순 절도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K문고의 경우 평소에도 도난사고가 잦고 신학기초에는 평소의 3배가 넘는 학습참고서가 없어진다.

이처럼 물건을 훔치는 청소년들은 대개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채 절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달 26일 서울 L백화점에서 CD를 훔치다 불구속 입건된 안모양(18·K여고 3)은 『좋아하는 가수의 디스크를 훔쳐서 갖고 다니는게 유행』이라고 말해 조사하던 경찰관을 놀라게 했다.

서울시교육연구원 최창희 상담부장(50·여)은 『최근의 학교교육이 올바른 정서나 가치관의 함양보다는 입시위주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데다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요구를 너무 쉽게 들어주는 경향이 짙어 이같은 일들이 빚어지는 것 같다』며 『순간적 충동을 절제할 수 있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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