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의 「과외허용」조치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었다. 「대학생에 한해」라는 허용 제1조건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금지대상인 학원강사·현직교사·대학교수가 하는 불법과외가 52.1%로 합법적인 대학생 과외(47.9%)를 앞지른 것이다.지난 16일 국민은행부설 가계경제연구소가 서울시내 남녀 고교생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과외실태조사」 결과가 불법의 성행을 웅변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 놀랍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교생의 절반이상(50.3%)이 과외를 하고 있다. 이중 5.6%는 월 1백만원 이상의 고액과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과외 고교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과외비)가 25만원(연합계 3백만원)으로 월평균 학교 등록금인 공교육비 5만6천원(연 60만8천원·1·4분기 15만2천원)의 5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 우리 학부모들처럼 자녀교육에 무책임의 턱없는 짐을 지는 나라가 또 있는지 긍금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우리는 왜 자녀교육을 학교에 맡기지 못하고 대학생이다,학원강사다 하며 과외교습자를 따로 대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우리 자녀의 고교 교육이 교육 선진국보다 탁월한 결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노벨상을 탈만한 영·수재교육을 하기위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라는 것 또한 우리 모두가 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것은 대학 입학을 위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비틀린 고학력풍조가 가져온 부작용·역기능의 불행스러운 산물인 것이다.
그런데 그 왜곡된 고학력풍조가 너무나도 증세가 심해 교육정책이나 정부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중병단계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들의 난치에 가까운 괴외열병을 누가,어떻게 고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능력과 권한 밖이다. 「과외 전면금지 8년반」과 「도로 아미타불 3년4개월」만에 정부능력 밖의 일이라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
망국병인 과외를 건전하게 정착시킬 주체는 이제 정부가 아니라 학부모,나아가서는 국민 각자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빨리 깨달아야 한다. 대학을 억지로 보내봤자 그 자녀가 제구실을 하는 사회인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구태여 과외로 가산을 탕진하고 자녀까지 버리게 되는 어리석음을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우리 모두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 그리하여 과외잡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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