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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파문/스페인­미국 무역전쟁 조짐(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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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파문/스페인­미국 무역전쟁 조짐(세계의 창)

입력
199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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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법 “자국상표 보호” 구실/국내서 판매금지조치 판결 발단나이키하면 「전세계적으로 팔리는 고품질의 스포츠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곧바로 떠오른다. 그만큼 널리 판매되고 있다. 구미에서 아시아,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번개모양의 나이키」 상표가 안보이는 곳은 거의 없다.

이처럼 막강한 나이키에서 만드는 운동복이 올림픽기간동안 개최국인 스페인에서 판매될 수 없게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 이유는 얼마전 스페인 대법원이 『나이키사는 나이키상표의 스포츠의류를 스페인내에서 판매·광고할 수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판결근거는 지난 1932년 스페인의 한 의류업자가 이미 「나이키」라는 의류상표를 등록해 놓은 상태여서 이 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

이 판결이 나오자 나이키 미국본사는 물론 미국 정부까지 발끈했다. 나이키사는 3년간의 법정투쟁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올림픽기간중 선보일 신제품을 위해 수천만달러를 투자해왔다.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이 올림픽을 통해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는 나이키사의 야망을 좌절시켰으니 나이키사의 반발이 거셈은 당연지사.

연간매출 34억달러로 정치적 영향력도 갖고 있는 나이키사는 우선 미 정부를 들볶았다. 미 정부는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인한 국민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나온 스페인법정의 결정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항의공문 발송은 물론 스페인을 무역보복대상국으로 지정할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독일 등 EC국가들도 「시대조류를 역류하는 결정」이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스페인정부는 『우리도 답답하다. 하지만 독립적인 사법기관이 한 일인데 어찌하겠느냐』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스페인정부는 고심끝에 올림픽 출전선수들에게 스페인 밖에서 구입한 나이키의류를 착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스페인업자의 「나이키」 상표기득권이 의류에 한정돼있기 때문에 나이키신발 착용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제스처로 미국 등 우방국의 이해를 구하기는 어려운 실정. 상황이 여의치못하자 스페인 정부는 대법원에 올림픽기간동안이라도 일정한 제한조건하에 나이키제품의 판매·광고를 허용해달라고 애걸하고 있지만 별무소득.

나이키상표권 분쟁은 지난 82년 나이키사가 스페인에 본격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32년에 나이키상표 등록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한 나이키사는 상표권 소유자인 시드스포츠사에 나이키제품의 스페인판매권을 줌으로써 분쟁을 막았다. 시드스포츠사의 운영자인 카를로스와 로렌조 버트란트형제는 일정시점에 나이키의 직판을 허용하겠다는 언질을 주었다.

그러나 6년후인 88년 나이키사가 직판의사를 밝혔을때,상표권은 트란트형제의 어머니인 플로라 버트란트에게 양도돼 있었다. 시드스포츠사는 버트란트형제에게 상표권리가 없음을 밝히면서 3천만달러에 상표권을 사가라고 요구했다. 물론 나이키사는 이를 거절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시드스포츠사의 승리였던 것이다.

이에대해 나이키사는 스페인의 나이키복제품 제조회사들을 고소하는 식으로 역공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개막일 이전까지는 나이키사에 유리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이키사측은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나이키신발을 신고 다른 회사의 스포츠상의를 입은 선수들이 속출할 것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하고 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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