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인물… 중산층 흡수 당노선 정립 과제【런던=원인성특파원】 총선거에서 네번 연속 패배를 기록하고 금세기 최장기 야당의 길을 걷고 있는 영국 노동당이 18일 당수를 교체,보수당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전열을 정비했다. 노동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에 실패한뒤 83년 이래 당수직을 맡아온 닐 키녹이 사퇴를 표명,이날 임시 전당대회를 열고 존 스미스를 새 당수로 선출했다.
올해 53세인 스미스는 키녹과 비슷한 노선을 걸어온 당내 우파의 핵심 인물.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변호사 출신인 그는 32세때 의회에 첫 진출한 뒤 78∼79년에 무역부 장관을 역임,13년째 야당으로 남아있는 노동당 안에서 드물게 각료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키녹 당수체제 아래서 예비내각의 재무담당으로 노동당의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역할을 맡아왔다.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이미지로 「은행가」라는 별명도 얻고 있다. 당내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높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키녹 대신 당을 이끌고 선거에 임했을 경우,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날 정도였다.
스미스는 전임자 키녹과 노선차이는 별로 없다. 때문에 앞으로 그가 이끌 노동당은 키녹이 추진해왔던 우경화 정책을 계속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키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이 집권에 실패함으로써 나타난 당노선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당이 이제까지 취해온 사회주의 정책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중산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지난 총선에서 실패한 이유로는 과다한 세금정책과 노조와의 연계,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부응하는 당의 철학을 만들어내지 못한 점 등이 지적됐다. 특히 후기 산업 사회에서 노조의 관려화 및 역할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전통적인 지지세력 이었던 숙련기술직 노동자층이 중산층화함으로써 저세금 저복지를 주요정책으로 하는 보수당으로 기울고 있는 현실에서 당의 이념을 어떻게 정립하는가가 스미스의 주요 과제이다.
보수당의 장기집권과 전후 가장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치러진 지난 4월의 총선에서 노동당이 패배한뒤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이 앞으로 집권하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노동당 안에서는 노조와의 관계정립과 자유민주당과의 연합내지 합당,중산층을 흡수할 수 있는 당 노선의 수정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당내 논쟁을 극복하고 시대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당 노선을 정립하는 것이 그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스미스가 노동자 계층 정당의 이미지를 불식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동시에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등 근본정책을 견지,보수당과의 차별성 유지를 어떻게 성공시키는가가 다음 선거에서 보수당의 장기집권을 저지할 수 있는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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