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들은 금세기들어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프랭크린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을 꼽는다.루스벨트의 급서로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재임 7년간 2차대전을 마무리짓고 전후엔 국내외 경제 및 전재복구와 함께 한국전파병 등으로 공산침략에 결연히 대응하는 등 숱한 업적을 남겼다. 미국인들이 그를 특별히 존경하는 것은 지극히 정직하고 또 많은 일을 했으면서도 한번도 자기제량을 하지 않을 정도로 겸손하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임기를 끝내고 부인과 함께 낡은 가방만 하나 든채 열차로 고향인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시에 도착,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를 본 주민들은 『마치 먼 여행을 다녀오듯 대통령이 되기전과 하나도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며 서민적인 그를 반겼다.
5공 막바지때던가. 전두환대통령은 여당 간부들을 만나 『내가 취임후 경제발전에 각별히 노력한 결과 우리경제가 크게 성장하지 않았는가. 도로포장만 해도 박정희대통령이 재임 18년간 한것보다 더많이 했고 한강개발 등 대역사를 완공했는데도 국민들이 이같은 성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여당 의원들이 대국민 홍보를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 아닌가』고 나무랐다.
그로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경제부문에 더많은 성과를 이룩했는데도 국민들이 인정하지도,또 감동(?)하지도 않는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다.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두달전인 1987년 12월10일 상오 청와대에서 5공 경제치적 보고회를 가졌다. 이 자리서 정인용부총리는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 5공의 업적으로 6년 연속 제자리에 가까운 획기적인 물가안정,국제 수지의 흑자기조 정착,외채감축,1인당 국민소득 3천달러 시대의 개막,중소기업 육성,국민복지 향상 등을 꼽았다.
5공시절 국민들의 복지 우선으로 치중하다보니 교통 통신 항만시설 등 사회간접 시설 확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실책도 있지만 물가안정,국민소득 증가,국제 수지의 흑자기록 등 어느정도 치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관주도의 경제정책,그리고 노동쟁의의 억제에 따른 국민들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며 또 국민이 별로 감동하지 않은 것은 정권의 정통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최근 노태우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접견한 자리에서 지역경제의 활성화,사회기강 확립,새질서·새생활운동 추진,봉사행정 구현,공직기강의 확립 등을 지시한뒤 일단의 섭섭함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6공 출범이후 국민소득이 당초 목표보다 앞당겨 5천달러를 넘었고 2백만호 주택건설을 추진하고 주택건설과 투지억제로 집값 땅값이 하락·안정되는 등 여러가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도 언론이 경제실정 운운하며 잘못 보도하여 국민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제대로 홍보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역시 섭섭한 감정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으로 짐작한다. 4·5공때처럼 국민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민주화 시대에 이 정도의 경제적 성과를 올렸음에도 실정 운운하는 것은 때로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국제정세 급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수출이 부진하고 연일 곤두박질치는 증시와 중소기업의 잇단 도산도 그렇고 주택 2백만호 건설 강행에 따른 원자재 파동 등 갖가지 부작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심각한 것은 근년의 물가앙등이다. 경제당국은 올들어 물가가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지만 주부들은 1만원을 들고 나가도 1∼2년전의 50∼30%어치도 살 수 없다는 얘기들이다. 경제와 물가동향은 언제나 기복과 굴곡이 있게 마련이라지만 맡바닥 현실은 그리 한가하지 않다는게 중론인 것이다.
어느나라든 최고 통치권자가 재임중 업적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특히 전임자와 비교하는 것이 상례라지만 사실 재임중의 치적강조는 부질없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공과,즉 진실은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다. 한 시대의 국가경영의 성패는 오직 국민과 역사만이 평가하고 심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대,재임중에는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최대의 봉사요,의무인 것이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열실히 봉사한뒤 훌훌 털고 사인으로 귀향하는 트루먼의 모습은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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