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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 후퇴/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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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 후퇴/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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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땅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지 보름이 지나고 있지만 온 국민이 궁금해하는 「배후」는 드러나지 않은채 조연급 등장인물의 얼굴만 조금씩 바뀌다가 어느덧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에 관련된 금융기관에 대한 문책은 벌써 가시화되는 분위기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대부분의 큰 사건들이 늘 그랬다. 진상과 배후에 관한 논의가 긴꼬리를 물고 이어질때면 으레 서둘러 문책인사를 단행했다. 의혹의 꼬리를 잘라내는 효과를 노린 조치이리라.

이번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주일 전께부터 제일생명과 국민은행에 대한 문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제일생명의 하영기사장 이하 몇몇 임원들의 해임을 권고하고 국민은행의 이상철행장을 경질 시킨다는 내용.

「죄목」은 아직 확정돼 있지 않다. 그저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므로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는 정도다.

이 대목에서 문책만능의 관행에 대해 냉정하게 다시 짚어볼 필요성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처음에 금융사고의 형태로 출발했다. 그러나 곧이어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면서 땅사기 사건으로 바뀌었다.

금융사고가 아니라 땅사기 사건이라는 성격 규정은 문책의 범위와 관련해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닌다.

사건의 당사자는 제일생명과 토지사기단이다. 국민은행은 정보사땅 매매사기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토지 사기단이 국민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을 이용했을 뿐이다. 사기단에 국민은행 대리가 연루돼 있다는게 국민은행의 불행이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감사를 끝내고 나서 업무적으로 볼때 책임의 범위는 압구정 서지점이라는 영업점에 한정됐다고 밝혔다.

이상의 문책은 업무적인게 아니라 도덕적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자율화 및 경영합리화와 관련,일관되게 은행의 각종 권한의 하부 이양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양해준 권한의 불법적인 남용에 대해 일일이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이는 금융자율화나 경영 합리화의 취지에 크게 위배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벗어난 벌의 남발은 또 다른 의혹만을 불러일으킬 따름이다. 냉정하고도 절제된 문책은 결백의 자심감에서 나올텐데 그런 관행은 언제부터나 시작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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