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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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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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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땅을 둘러싼 뒷말은 잦아들듯 하면서 잦아 들지 않는다. 배후가 있다,없다 말이 많지만,말을 할수록 진상은 더욱 아리송하다. 다음은 어떤 저녁 자리에서 들은,그런 말들의 녹음이다.『자네 토공이란 말 들어봤나』

『뭔네?』

『토성공화국이야. 지금 정권은 6공이 아니라 토공이라야 옳다는 말이래』

『그런 또 무슨 뜻인가』

『동양철학에 음양오행설이라는 것 있지. 금·목·수·화·토 말이야. 이르기를 오행이 상존해서 쇠는 물을 낳고(금생수)물은 나무를 낳고(생생목) 나무는 불을 낳고(목생화) 불은 흙을 낳고(화생토) 흙은 쇠를 낳고(토생금),또 이르기를 오행은 상극이라,흙은 물을 이기고(토극수) 물은 불을 이기고(수극화) 불은 쇠를 이기고(화극금) 쇠는 나무를 이기고(금극목) 나무는 흙을 이기고(목극토),이렇게 삼라만상이 다 맞물려서 돌아가는데,역사의 운세도 이와 같아서,하나라는 목이요,은나라는 금이요,주나라는 화라…』

『그래서?』

『그래서 5공을 가만히 보니까,시초부터 장영자·이철희사건에다가 명성사건 등 금융부정으로 시끌버끌해. 5공 청문회란 것을 들어 보아도,무슨 연구소다,무슨 심장재단이다 해서 저질러 놓은 일이 몽땅 현금 박치기야. 그제사 깨달았지,아하 5공의 역운은 금이로구나. 5공은 금공,금성공화국이로구나…』

『그래서?』

『아까 말했지. 오행이 상생하면 쇠는 물을 낳는다. 그러니,5공 다음에는 6공,금공 다음에는 수공이겠다 했지. 그랬더니 과연 6공은 물에 물을 탄 수성공화국이더라구. 그래서 동양철학이 오묘하기는 오묘하구나 했는데,그게 아니야. 정권 초기에 부동산 값을 몇곱절이나 올려놓더니,2백만채 집을 짓는다고 사방 삽질을 해서 경제를 온통 흔들어 놓고,그 다음에 잇따라 터지느니수서사건,무슨 연수원 사건에,이번 정보사땅까지,몽땅 땅이 걸린 의혹들이더라구. 그렇다면 5공의 역운은 토가 아닌가…』

『그래 좋다. 6공이 수공이든,토공이든…. 그 보다 자네 개똥 철학으로 하면 어떤가. 정보사 땅에 배후가 있나,없나?』

『사건을 맡아 수사한 검찰이 「배후는 없다」고 했잖아 사기 사슬은 있으되,사기 배후는 없다고 말이야』

『자네 그걸 믿나.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마저 「나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던데,이런 일이 어떻게 배후없이 일어나나?』

『그건 다 몰라서 하는 소리야. 배후가 있다,없다는 논쟁거리가 못돼. 이런 의혹사건에는 철칙이 있어. 그 철칙의 첫째는 「큰 의혹사건일수록 배후는 밝혀지지 않는다」,둘째는 「배후가 없다는 조사결론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야. 정보사 땅이라고 예외일 까닭은 없지­

『국회가 국조권을 발동하면?』

『국조권도 철칙은 못 깰 것. 야당도 그럴 줄을 아니까,여당이 던진 국조권의 등원미끼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지만 국조권이 꼭 정보사 땅에 관련된 성명 3자를 찍어 내자는 것만은 아닐텐데…. 국조권을 발동해 진짜 배후를 밝혀야지』

『진짜 배후라니?』

『구조야. 이런 사건이 가능한 구조말이냐. 청와대·안기부·군·정의 몇사람 이름만 거들먹 거리면 안되는 일 없는 구조,군용지라고 국유재산을 그토록 소홀히 하는 구조­등등이지. 국회가 이런 것들을 찾아내 따질 것 따지고,고칠 것 고치고,법이 미비하면 입법을 하고 해야지. 그래서 국정수사권이 아니고 국정조사권 아닌가』

『그렇게 말하기로 하면,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고 해야해. 자네들 이런 숫자 본 적 없나. 우리나라의 돈 있는 사람 5%가 우리나라 사유지 65%를 차지하고 있다. 6공들어 그 땅값이 오르는 바람에,88년 한해동안 땅에서 생긴 자본이득이 자그마치 2백11조원으로 GNP의 1.7배,이것이 89년에는 3백13조8천억원,GNP의 2.2배로 늘었거든. 6공 치적으로 뿌리내린 이런 「토지신화」가 바로 정보사 땅의 전짜배후란 얘기야. 사정이 이러한데 파리가 왜 안꼬이나. 땅사기 사슬이 생기는것도 당연하고,재벌이 걸려드는 것도 당연하지』

『그러니까 그런 「토지신화」를 정착시킨 6공은 토공이란 말일세』

『토붕은 아니고?』

『흙처럼 사물이 점점 무너진다는 뜻이겠는데,6공의 정치·경제·사회의 기강을 보아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토붕 다음은 와해인가?』

『와해라면 「사물이 급격히 무너짐」인데…』

『요즘 같아선 그런 걱정이 없지도 않아. 앞으로 대선까지 여섯달 사이에,이나라 정치가 토붕할지,와해할지…』

『명색이 제헌절인데,원도 구성 못한 국회의장이 기념식을 주재하고,국회를 열자고 합의조차 못하는 3당 대표들이 단상에 나란히 올라앉아 있고,게다가 거기 참석한 선량아닌 한량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설마,기념식에라도 참석했으니,이달 세비 값은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야』

『그러니 금년 7·17은 차라리 무헌절…』

『에끼 악담은 말게. 6공이 수공이든,토공이든,우리 착한 백성들이 있는데 나라의 역운이 다하기야 하겠나. 누구 말 마따나,이제 여섯달만 더 참자구』<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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