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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남 「유연자세」 취할듯/김 부총리 서울방문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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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남 「유연자세」 취할듯/김 부총리 서울방문 계기

입력
199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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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기류서 실리추구로” 관측/미·일 향한 「1회용 미소」 분석도북한 김달현 정무원 부총리의 서울방문은 북한의 대남,대미,일 정책방향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핵문제에 걸려 좀처럼 느림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남북관계에서 갑작스럽게 돌출한 이번 방문이 북한의 「변화」를 시사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대한 해석은 크게 두갈래로 나눠져 있다.

첫째는 북한이 향후정치·군사 등 모든 분야의 남북대화에서 유연기조를 택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다.

이 경우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반면에 북한이 대미·일 관계와는 달리 대남한 관계에서는 정경분리의 이중적 집근자세를 한층 노골화한데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현재 정치·사회·군사분야에서 남북관계가 처해있는 교착상태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먼저 첫번째 입장은 최근 북한이 대미·일 관계개선에 무척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 대해 강한 미소작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대미관계에 있어 당정고위 인물 및 해외파견 인사들의 발언과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관계개선의 의욕을 거의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삼로 군축평화연구소 고문의 「조속한 조·미,조”일 관계개선」 언급(6월23일),허종 주유엔 부대사의 「대미협조 준비」 발언(6월29일) 등이 대표적 예이다.

또 6·25를 전후해 매년 개최해오던 대규모 반미 집회를 올해에는 개최하지 않았음을 김일성주석이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6·25참전 미군 유해 30구의 추가 송환도 지난 5월의 일이다.

북한의 부드러운 얼굴은 대일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교협상에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있고 일본인 처 귀국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교만 해준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 아니냐는 얘기마저 있을 정도다.

북한이 이처럼 미·일과의 관계개선에 몸이 달아있는 것은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나라살림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들 나라,특히 일본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핵문제의 선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먼저 요구하면서 좀처럼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북한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남북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고 이런 사정이 김 부총리의 서울 방문을 가능케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이번에 서울에 오는 방문단이 모두 40대의 소장파 전문 관료들이라는 점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 부총리는 북한의 「차세대」 지도자인 김정일 비서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개방과 보수의 북한 내부 권력다툼에서 개방적 입장을 취해온 소장 실용주의자들이 더욱 힘을 얻은게 아니냐는 관측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북한의 보수파들은 「하나의 조선」 등 보수 강경정치 노선을 고수하면서 조평통 등을 앞세워 남북간 정치·군사·사회분야 협상에서 난기류를 조성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김 부총리는 「대한민국 부총리」의 공식초청을 받아들임으로써 「하나의 조선」 논리를 사실상 배척한 셈이 됐다. 또 이번 방문은 김 주석의 승인까지 받았을 것으로 보여 수구적인 정치논리를 실용적인 경제논리가 이기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가능케 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주장에 근거해본다면 북한은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에서 타협적인 접근 자세를 부쩍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문제와 관련한 상호사찰 수용문제,이산가족 방문사업,우리 민간기업들의 경협 등이 순차적으로 결실을 얻게될 수도 있다.

이에비해 김 부총리의 이번 방문을 놓고 「흥분은 금물」이라는게 두번째 견해다.

북한은 대미·일 관계에서 처한 궁박한 처지를 잠시 모면하기 위해 김 부총리 방문을 카드로 선택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남북관계에서 아무것도 이뤄진게 없지 않느냐』는 미국과 일본의 추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남관계 진전과 시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그런가하면 『북한이 우리 경제계에 널러 퍼져있는 「북한신드롬」에 교묘히 편승,김 부총리 방문을 통해 우리정부가 걸어놓고 있는 핵과 경협의 고리를 끊어보려는 속셈을 갖고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북한 부총리의 서울행은 이번으로 1회용에 그치고 우리측 최각규부총리의 북한 방문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북한이 취하고 있는 정경분리의 입장도 변하지 않아 정치·사회·군사분야의 남북관계는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북한의 우리 민간기업에 대한 추파는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우리 정부 당국자와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북한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정사실로 보고있는 듯하다.

『정치·사회 부문의 강경입장과 경제부문의 전향적인 자세는 분명 서로 모순이므로 북한은 이를 조화시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시대의 흐름과 북한의 어려운 현실여건에 비춰 그 결과는 실리추구형의 「변화」일 수 밖에 없다』는게 우리 당국자의 설명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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