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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과 공전/이유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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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과 공전/이유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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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법전이나 법령집에서 헌법을 찾다보면 눈길이 우선 가는 곳은 제헌일과 이후 개정 연월일을 기록한 첫머리이다. 48년 7월17일 재정이후 52년 7월7일,54년 11월29일,60년 6월15일,60년 11월29일,62년 12월26일,69년 10월21일,72년 12월27일 80년 10월27일,87년 10월29일 등이 그것이다. 여기엔 평균 4년7개월마다 헌법을 바꿔온 우리 헌정사의 음영이 그대로 압축돼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헌법이 권력을 규정하는 대신 권력이 헌법을 좌지우지 해온 일그러진 정치사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물론 87년처럼 국민적 또는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개헌이 이뤄졌던 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 계기마다 헌정 왜곡을 가져온 것은 대부분 군 등 특정집단의 권력욕이었고 때문에 국가의 기틀을 세운 제헌의 의미가 국민들의 뇌리에 냉소적으로 비쳐온 것 또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7일 국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가진 제헌절 44돌 기념행사도 여러 경축사의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이런 범주를 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14대 국회를 출범시킨 개원국회가 회기의 3분의 2를 넘기도록 공전만 거듭하는 상황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은 냉랭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시기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을 그대로 대변,기념식에 참석한 여야대표들은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또 연단아래의 여야 의원들도 「억지 춘향」의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떻게 보면 국회의 생일이랄 수도 있는 이날 정작 당사자들은 차려진 생일상에 앉아있기가 부끄럽기라도 한듯 30분도 채못된 행사가 끝나자마자 제각기 서둘러 의사랑을 빠져 나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매년의 「의례적」인 느낌이 이날 따라 좀 다른 것은 이같은 풍경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14대 총선결과에서 나타났듯 14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때보다 남달랐다는 것 때문이다. 헌법이 이제 더이상 정권획득 및 유지의 수단이 될 수 없게끔 국민의 정치사회 의식은 급변하고 있으나 장선거 문제서 보듯 정치권은 매사를 정권게임으로만 보는듯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특정한 이익」으로 인해 오늘의 제헌절이 초라해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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