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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파전 새국면 맞은 미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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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파전 새국면 맞은 미 대통령선거

입력
199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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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클린턴/“페로 지지표는 내것”/“보수성향표 다시 회귀” 주장/부시/“변화 요구자들 우리쪽 합류”/클린턴/실망한 유권자들 정치 냉소주의 심화 우려도【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국 대통령선거는 로스 페로(61)의 느닷없는 후보사퇴로 민주·공화 양당의 전통적인 2파전으로 되돌아 갔다.

로스 페로의 선거전 포기가 클린턴과 부시간의 대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부시측은 원래 페로는 극히 보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든 사람인만큼 그가 끌었던 대부분의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자연히 부시 진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반면,클린턴은 페로를 따르던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당연히 변화를 추구하는 민주당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페로가 16일 상오 『승산이 없으므로 포기하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한후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후보는 다투어 페로와 전화통화를 한후 각각 성명을 발표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와이오밍주의 베이커 국무장관 목장에 머물면서 페로와 통화한후 전화 인터뷰 형식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페로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데 대해 환영했다. 그는 『페로를 따르던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원칙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가족개념 같은 것에 기본적으로 보수적 자치관을 소유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우리 선거진용에 합류하면 옛집에 온것처럼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것을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페로를 「변화를 추구했던 인물」이라고 말하고 따라서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역시 변화를 추구하는 민주당 선거 진영에 들어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발적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페로 선거운동원들중 클린턴 쪽으로 가기를 선호하는 층이 33%,부시쪽이 28%로 클린턴 선호도가 약간 우세하다.

또한 부시는 페로의 사퇴로 텍사스,플로리다 그리고 일부 서부 지역에서 상당한 인기 부상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클린턴은 캘리포니아,펜실베이니아,뉴욕 등의 서부 및 동북부 지역에서 더 유리해질 것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은 분석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중 페로 지지가 많았던 주는 어차피 부시쪽으로 밖에 갈길이 없을 것이고,변화를 바라면서 페로의 상승을 기대하던 주는 페로 대신 클린턴 지지로 넘어갈 것이라는 가정위에서 나온 분석이다.

내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뒤 여론의 유동폭이 적어질때쯤에 가서야 이런 예측들은 그 진위가 가려지면서 과연 페로의 사퇴가 부시,클린턴중 누구에게 더 유익했는지를 밝혀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유권자들의 몰정치적 견해가 깊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16일 페로가 후보사퇴를 선언하자 미 전국에 흩어져 있던 페로 선거운동원들은 심한 절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우리는 길가에 버려진 아이 신세가 됐다』 『페로는 적어도 그렇게 일찍 손을 들 위인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는 창자가 없는 사람이다』 『몹시 실망스럽다』는 등 절망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페로 지지자들은 당초 몰정치적 견해를 가진 경우가 많았었다. 민주·공화 양당 체제가 독립된지 2백년간 지속돼온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실망해 왔다.

더군다나 부시 현 정부 아래서 3조달러에 이르는 정부 재정적자 누적과 벌써 2년째에 접어든 경제불황 때문에 기존 정치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페로라는 인물은 대통령이 될 자질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아니었다. 해군사관학교 졸업생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강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장교생활 불과 2년만에 연줄을 대서 제대하고 말았고,주의원,연방의원,시장 주지사 같은 공직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다.

다만 부인의 돈 1천달러를 기반으로 억만장자까지된 경영의 천재라는 이미지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는 지난 2월20일 CNN TV에 나와 『대통령에 나서겠다』고 말한후 뚜렷한 정책제시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 『실업문제를 풀어내겠다』 『범죄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자들은 이곳저곳에서 솟아났다. 16일 현재 24개주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후보등록에 필요한 서명을 받아냈다. 페로 지지자들은 기성정치에 기대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시나 클린턴 같은 기성정치인보다는 「경영의 천재」라는 어슴푸레한 인격을 갖고 있는 페로이지만 그의 새로운 스타일,새 도전력에 기대를 걸고 모여들었던 것이다.

이들은 결국 기존 정치제도에 환멸을 느낀채 제자리로 되돌아게 됐다. 페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이들의 몰정치적 좌절감은 오히려 더 깊어가게 됐다.

페로는 그의 당락에 관계없이 적어도 미국의 기존정치 제도에 대해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한때 정치에 대한 정열을 회복하게 했지만 결국 더욱 큰 좌절감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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