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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을 선장으로” 열기고조/미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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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을 선장으로” 열기고조/미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확정

입력
1992.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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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갈망” 인기 선두로/지지환호 단합 과시도/부시 정부 맹공… 케네디 신화 건재 확인【뉴욕=김수종특파원】 민주당 전당대회 3일째인 15일은 빌 클린터 아칸소주지사의 날이었다. 예정된 일이지만 클린턴은 이날 실시된 대의원 투표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뿐만 아니라 이달 ABC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부시 대통령과 로스 페로를 뒤로 따돌리면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클린턴이 45%,부시가 28%,페로가 20%로 나타난 이 여론고사 결과는 전당대회 열기에 힘입은 것이지만 일단 민주당 전당대회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몰고온 페로 퇴색이 과연 얼마나 지속되고 장기적으로 어느쪽에 득을 줄지는 모르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민에게 민주당 전당대회가 어필하기 시작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날 전당대회가 열린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멀리 와이오밍주의 목장에서 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귀가 가려울 정도로 백악관 탈환의 구호와 열변으로 달아 올랐다.

제시 잭슨이 올해 예선을 포기한 것은 아마 빌 클린턴에게는 행운이라 할만하다. 잭슨이 대의원을 끌고 나타났던 84년과 88년 전당대회는 당의 분열이 이곳저곳에서 노출됐다. 이날 뉴욕 외신기자 센터에 나타난 8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월터 먼데일은 잭슨과의 당시 협상과정을 털어놓으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놓고 다투는 정치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름이 없는 모양이다. 결국 표를 갖고있지 않은 잭슨은 전날 연설에서 클린턴을 지지함으로써 현실을 인정했다.

이날 클린턴의 경쟁자였던 폴 송거스와 보브 케리는 클린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클린턴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아마 미국정치의 아름다운 전통중의 하나가 경쟁자가 승자를 위한 단결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리 브라운은 당지도부와 협상끝에 얻은 20분간의 연설을 통해 공화당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으나 클린턴을 지지하는 언질은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다. 마지막 협상에서 론 브라운 전국 의장은 클린턴을 지지하는 경우 프라임타임 연설시간을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브라운은 거절했다.

의미있는 것은 반대후보 진영에게도 유감없이 데모의 마당을 제공한 것이다. 브라운의 연설이 끝나자 브라운 지지 피켓을 든 6백여명의 대의원들의 데모시간이 주어졌다. 데모래야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악대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일이지만 공평한 게임의 물이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클린턴을 위한 지지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연설과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지명연설이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케네디의 신화가 아직도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로버트 케네디의 필름을 아들인 조셉 케네디 하원의원의 소개로 보면서 대의원들은 그칠줄 모르는 박수를 보냈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폭격기 조종사를 훈련시키고 스마트탄을 만드는데 세계 제일인 미국이 왜 21세기 직업을 위한 훈련과 하이테크 산업에 최고일 수 없는가』라고 부시 정부를 공격했다. 미국 사람들이 박수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문장하나가 끝날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으로 케네디 신화에 대한 동경을 표시하는 모양이었다.

빌 클린턴 지명연설을 맡은 마리오 쿠오모의 역할 또한 미국 정치의 일면을 말해준다. 그는 예선과정에서 클린턴과 아주 불편했던 관계였다. 제니퍼 플라워와 클린턴과의 대화녹음에서 클린턴은 쿠오모를 「마피아 두목 같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관계의 쿠오모를 자신의 지명연설을 하도록 이끌어낸 것은 클린턴의 정치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쿠오모는 미국을 좌초하려는 배에 비유,『승무원도 승객도 알고 있는데 선장인 부시만 좌초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고 『오늘밤 선장을 빌 클린턴 주지사로 갈자고 제의하러 나왔다』고 열변을 토해 매디슨 스퀘어가든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당대회 투표는 예선결과를 점호하는 요식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사회자가 주를 호명하면 주의 대표가 각 후보팀 대의원 확보숫자만 보고하는 것이다. 이날밤 아칸소 투표결과를 보고한 것은 클린턴의 어머니였다. 전당대회의 규칙에 따라 수락지명 연설은 16일 있을 예정이나 클린턴은 지명이 확정되자 매디슨 스퀘어가든에 나타나 핸드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인사를 했다.

예선에서의 어려움을 겨우 극복하고 되살아난 클린턴은 전당대회 전략에서 성공을 거뒀다. 전당대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부통령 후보를 지명함으로써 매스컴을 러닝메이트 지명보도에 매달리도록 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으로 동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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