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달현부총리 일행이 19일 서울에 온다는 발표는 매우 반가운 소식으로 환영한다. 사회주의 경제방식으로 일관해온 북한의 경제정책을 입안·집행하는 최고책임자가 분단후 처음으로 남한을 방문,남측의 경제정책 추진과 발전현황 및 유통현장을 직접보고 정부 및 재계인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은 남한경제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과 신뢰구축의 측면에서 뜻깊은 일이다. 그의 이번 방문은 경제현장 시찰에 중점을 두어 당장 대북투자와 무역내용 등을 타결지을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겠으나 이같은 상호이해 노력이 현재 정치적 문제로 완전히 교착되다시피한 남북대화와 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오늘 북한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가는 전 세계가 알고있다. 따라서 김 부총리의 입경은 북한측의 다급한 경제난과 고충을 벗기위한 하나의 자세변화임에 틀림없다. 즉 지금까지 남한의 민간기업들을 경쟁시키고 또 그들과 개별적인 투자유치와 거래를 추진해오던 북한이 부총리를 직접 보내는 것은 경제교류의 창구를 남측정부로 일원화하고 모든 경제교류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신호로도 볼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김 부총리 일행의 입경을 여러가지 이유에서 환영하면서도 다수 국민들과 함께 씁쓸하고 어리둥절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일관성이 있는지 아니면 편의에 따라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변화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긴 얘기할 것 없이,적년말 소위 남북관계 기본합의서에 합의한후 지금까지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해왔고 남측은 어떻게 대응해 왔던가. 그들은 기본합의서 채택을 제2의 7·4남북공동성명으로서 통일을 앞당기는 이정표라고 추켜세웠지만 지금까지 남북간의 직통전화 가설,비방중지 그리고 핵상호사찰과 인적물적 교류 등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이행한 것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절대로 정치문제와 연관시키지 않겠다며 실천을 약속했던 8·15고향방문 사업마저 온갖 이유를 들어 중단을 위협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 스스로가 핵상호 사찰없이는 경제교류는 있을 수 없다고 명백히 못박았던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번 김 부총리 일행의 입경에도 불구,경제협력을 핵과 연계시키는 입장은 불변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의 시각에서는 이번 방문발표가 납득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당혹감과 혼선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차제에 정부에 대해 대북자세와 관련,몇가지 당부를 하고자한다. 첫째 대북정책과 자세에는 일관성이 잇어야 하고 대북교섭은 가급적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치권자의 측근들이 전문적인 관계부처들을 배제한채 정책을 입안하고 또 비밀교섭에 나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둘째는 성급한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결코 흥분으로 이뤄지고 발전되어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국민이 차분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김 부총리의 입경을 계기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측이 남한 사정을 보다넓게 이해할 수 있게하여 장차 본격적인 남북관계에 대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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