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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 남북관계 돌파구 기대/북한 김달현 서울방문 배경·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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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 남북관계 돌파구 기대/북한 김달현 서울방문 배경·파장

입력
199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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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내부 온건노선 강화 분석/핵문제 모종 막후결실 예상/결과따라 「최고위 당국자」 접촉까지 연결 가능성도북한의 김달현 정무원 부총리가 서울을 방문,남북한 경제협력의 실질적 단초가 열림으로써 남북 기본합의서 발표이후 공전상태를 면치 못하던 남북관계에 획기적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경협은 그동안 남북한간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첨예한 쟁점이었던 북한 핵문제를 비롯,각종 현안들을 풀어가는데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환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정부관계자들은 김 부총리의 이번 서울방문을 통해 남북한 당국간에 공적인 협정이나 합의 등이 수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핵문제 등의 남북간 현안이 일시에 해결되거나,북측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단기간내에 있을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게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는 김 부총리를 초청하면서 이같은 목전의 단기효과를 기대하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을 최종결정 하기까지의 북한 내부사정을 살펴볼 경우,그의 이번 방문이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긍정적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북한은 고위급 회담의 각종 후속협의체들이 답보상태를 거듭하는 동안 우리측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특히 미국 등을 상대로 대외적으로는 매우 유연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행하는 등 다분히 2중적 자세를 견지해온 것으로 파악돼왔다. 이에 비춰볼때 김 부총리를 서울에 보내기로 한 이번 결정은 북한 나름대로의 「새로운 선택」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같은 해석의 근거는 우선 김 부총리가 북한체제의 진로문제,특히 남북관계 및 대외문제에 있어 개방과 경협을 통한 온건노선의 대표적 주자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 부총리로 대표되는 온건파에 비해 북한 내부의 강경론은 윤기복 조평통 부위원장이 축을 이루어 왔으며 이들은 남북 기본합의서 이후 고위급 회담에 제한시켜 남북문제 접근방식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경론자들은 특히 김 부총리의 개방론에 대해 경협확대 등을 통한 체제동요 가능성을 우려하며 기존체제 단속을 강화하는 쪽의 입장을 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김 부총리의 서울 파견은 북한정권 내부의 중요한 노선전환 조짐으로 여길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관련,관측통들은 지난달 말께 미국 국제전략문제 연구소의 윌리엄 테일러 부소장이 평양을 방문,김일성주석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 주석이 「조만간 중대한 조치」를 취할 듯한 인상을 비추었던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 주석은 당시 이미 북한체제의 진로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내부논쟁에 대해 김 부총리의 온건개방론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이 선택이 구체화된 것이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이라는 것이다.

남북 경협의 본격 실시가 향후 남북관계에 획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맥락에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 핵문제 처리의 향배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측은 그간의 각급 남북접촉에서 핵문제 선결 없이는 경협을 포함한 남북관계 진전은 있을 수 없다는 「핵고리」를 강력히 제기해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경협 확대의 전주곡이라 할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이 성사되기까지 남북 양측간에는 이에 대한 상호언질이 구체적으로 오갔을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이 교섭과정이 고위급 회담이라는 기존 대화구조와는 별개의 비밀채널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북한 핵문제의 핵심관건인 상호사찰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지 해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따라 기존의 공식 대화창구에서 북한측은 상호사찰 등에 관한 보다 전향적인 접근태도를 취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은 북한 당국이 우리측을 경협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암묵적인 의사표시라는 점,구체적으로는 우리 경제로부터 「얻을 것」과 「배울 것」이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파악돼 그 의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들이다. 김 부총리는 북한 경제의 최고위 책임당국자이며 이같은 자격으로 우리측 최각규부총리의 초청을 받아 서울을 공식 방문하는 것이며,남북간에 이같은 형태의 방문이 이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는 남북관계사의 또다른 중요한 관례로 기록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김 부총리 방문이 상호주의에 입각한 최 부총리의 방북까지 연결될 경우 지금까지 각종 회담을 매개로 이루어지던 당국자간의 상호방문 형식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안에서 남북문제가 주요 고비마다 「일괄타결」 형식의 「고위결정」으로 매듭이 풀려오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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