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등 개방책 성패관건 판단/가스관등 실현땐 주변국에도 큰 영향북한의 김달현 정무원 부총리겸 대외경제위원장 일행의 서울방문은 북한의 남한에 대한 중요한 태도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은 지난 1월 평양을 방문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통해 김 부총리가 남북합의서에 의한 경제분야의 교류·협력 추진에 앞서 상호 경제제도와 실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서울방문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해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의 고위관리가 남한을 방문하겠다고 희망해온 것부터가 중대한 변화로 해석된다.
그럼 왜 북한이 서울방문이라는 어려운 발걸음을 하게 되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구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붕괴이후 거의 빈사상태에 빠진 북한의 경제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최후의 선택이나 다름없는 정무원 부총리의 서울방문을 택하게 된 것은 북한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다급한 입장에 놓여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공산권 붕괴이후 북한은 최대 경제협력국이었던 구 소련과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원조가 중단되고 주교역국이었던 동구권 국가마저 등을 돌리면서 완전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남한과의 경협확대 외에는 따로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남한과의 경협확대는 북한측으로서는 유일한 돌파구이자 최후의 선택인 셈이다.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 기간중 핵사찰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가장 관심있는 이슈는 역시 경협문제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 부총리를 수행한 고위 간부들이 국영 무역회사의 사장,두만강개발 관계자 등 경제분야의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이들이 방문을 희망해온 곳들이 대우그룹의 계열사를 포함,금성전선·포항제철·럭키·유공·화승 등 국내 굴지의 기업체들이 대부분인 것만 봐도 북한측이 경협에 두는 비중을 짐작케 한다.
이들은 서울 방문기간중 백화점과 시장 등도 둘러보고 초청자인 최각규부총리를 비롯,경제 5단체장과 기업체 대표들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남북 경협문제에서 상당히 구체적이고도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의 경제력에 기대를 걸게 된 것은 지난 89년 1월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1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방북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기업인들이 북한의 산업현장을 둘러보고 제시한 다양한 사업들의 가능성에도 북한측이 상당히 고무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김 대우그룹 회장이 남포공단을 둘러보고 『이 공단을 재정비하기만 하면 1년에 1백억달러는 수출할 수 있다』고 한 말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서방국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경제특구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남한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북한의 필요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 부총리의 이번 서울 방문을 계기로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물론 동북아의 경제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그동안 여러 제약요인들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남북간 교역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합작 또는 직접투자가 활발히 추진될 것이다.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섬유·봉제·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의 대북투자 진출이 이뤄져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이 추진중인 경제특구 개발사업이나 북한내 공단개발에도 남한기업들이 참여,북한에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어 통일기반 조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시베리아에서 북한을 경유해 남한까지 이르는 교통루트의 개설과 천연가스를 수송할 파이프라인의 설치다. 이 사업은 주변국가들로부터도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대우그룹 회장이 북한의 김 부총리와 동북아 종단철도 및 고속도로,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에서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이 참여하는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성사될 경우 앞으로 북한은 물론 시베리아지역과 중국의 연변지역 등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개발권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일본의 자본과 기술,남한의 생사기술과 건설능력,북한과 중국의 값싸고 질높은 노동력이 만날 경우 경제개발 속도와 그 성과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지역은 세계 경제권의 핵으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핵사찰문제와의 연계고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숙제다. 현재로선 핵문제와 경협을 연계시키겠다는 우리정부의 기본태도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가가 남북경협 조기확대의 열쇠가 될 것이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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