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 탈법·탈세등 묵인/사채거래/경영진·실무자 위규 다반사/금융부조리정보사땅 사기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사채와 금융부조리가 대형 금융사고를 가능케 한 가장 큰 「배후」라는 사실이 다시한번 입증되고 있다. 사채시장이라는 비제도권 금융시장이 불법적 금융거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고 여기에 은행 등 제도권의 금융기관이 규정을 무시한채 범법자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대형 금융사고가 터지고 있다. 또 대형 금융사고는 모두 예외없이 증시 등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경제기반 자체를 뒤흔들어 놓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당국 또한 사건이 터지고 나면 으레 금융실명제니,사채시장 양성화니,금융제도 개편이니 하며 사고재발 예방책을 발표하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다. 관련 금융기관장의 문책도 사후 수습책의 단골 메뉴.
그러나 우리 금융계의 최대 치부인 대규모 사채거래와 금융부조리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언제 또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지 불안케 하고 있다.
이·장 사건,명성사건,영동개발사건,김상기사건 등 과거의 대형 금융사고와 최근의 정보사땅 사기사건도 사채시장과 금융부조리를 두개의 축으로 하여 발생된 금융사고라는 측면에서 기본 메커니즘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사채시장은 지금까지 규제를 받기는 커녕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필요악」으로 오히려 금융당국의 묵인하에 사실상 보호를 받아왔다. 금융실명제 실시가 백지화된 이후 국세청이나 검찰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모두 사채시장의 특수성을 고려,어느 정도의 탈법과 탈세 등을 눈감아 주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부조리도 갈수록 도를 더해 가고 있다.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는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부조리의 실상이 또한번 낱낱이 밝혀졌다. 은행 보험 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각종 규정을 무시한 채 영업을 하는 것도 관행처럼 용인되고 있다.
재무부와 은행·보험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도 마찬가지다. 이들 감독기관들은 올들어 3차례의 특별검사를 실시했는데도 정보사땅 사기사건을 눈치도 채지 못했다. 특검실시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또한 이들 대형 금융사고 모두 「든든한 배후」 없이 불가능한 일이나 하나같이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대형 금융사고 내용을 간추려 본다.
이·장사건=이철희 장영자 부부가 권력층을 내걸고 82년 2월부터 82년 4월까지 공영토건 등으로부터 편취 또는 차용한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불법 할인한 사건으로 사고금액이 2천48억원에 달했다. 이들 부부가 대기업들로부터 받아낸 어음규모가 7천1백11억원에 달했고 이중 6천4백4억원이 유통됐다.
명성그룹사건=명성그룹이 지난 83년 상업은행 혜화동지점 김동겸대리와 짜고 1천1백38억원의 사채자금을 끌어들여 이중 1천66억원을 불법 대출해간 사건.
김 대리는 1천7백30개에 달하는 사채 예금계좌를 수기통장으로 관리했다.
영동개발사건=조흥은행 중앙지점이 영동개발과 결탁,80년 2월부터 83년 9월까지 2천여억원에 달하는 어음을 불법적으로 지급 보증했다. 영동은 이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할인,1천6백71억원을 조달했다.
김상기사건=82년 조흥은행 명동지점 차장이었던 김상기씨가 사채업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자기가 경영하던 기업에 빼돌린 사건. 김씨는 원진무역 등 자기소유의 기업에 사채전주나 일반고객예금 86억원을 몰래 빼돌려 지원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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