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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클린턴·고어 열풍(미국 대권가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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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클린턴·고어 열풍(미국 대권가도:1)

입력
1992.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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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시발… 막오른 선거전/“12년만에 백악관 재탈환” 기치 높여/40대 기수론… 보수세력벽 만만찮아미국의 대통령선거전이 13일 뉴욕서 개막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본격화된다.

12년만에 백악관 재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8개주에서 대선유세에 돌입한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도 내달 전당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가세한다.

한국일보는 금년도 미국 대권레이스의 첫 출발신호가 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3회에 걸쳐 집중 취재 보도한다.<편집자주>

미국의 시선이 온통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가든에 쏠려있다. 민주당 대통령지명 전당대회를 앞둔 미국의 신문·방송은 온통 빌 클린턴 아칸소주지사와 앨 고어 상원의원이 마치 백악관을 차지하기라도 한듯 요란법석을 떨고 있다. 조시 부시 대통령은 존재하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전당대회 전야인 13일 뉴욕은 일요일인데도 평일처럼 붐비고 술렁거렸다. 대통령 지명대회에 참석할 50개주 대의원 4천9백여명이 속속들이 도착,주별로 지정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요란한 파티에 참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대규모의 취재진이 모여들어 주최측이 발급한 기자증은 1만5천장에 달했다. 매디슨 스퀘어가든은 취재기자와 방송요원으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가든 주변의 음식점들은 대목을 노려 갖가지 포스터를 붙여 손님을 노리고 있고 성조기나 버튼 등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온몸에 버튼을 붙인채 익살스럽게 손님을 끌었다.

전당대회를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호기로 삼고 있는 뉴욕시는 5백만달러의 시간외수당을 추가지급하며 경찰인력을 동원,맨해턴의 거리는 온통 경찰로 깔아 놓은듯하며 클린턴 주지사가 묵고 있는 인터콘티넨털호텔은 2중,3중의 경찰 경계망이 쳐져 있다.

과거 대통령후보 지명을 둘러싸고 정치드라마가 연출되곤 하던 전당대회는 최근들어 예선제도의 확대로 거의 요식행사로 면모가 바뀌었다. 이제 대통령지명 전당대회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당의 단합을 이루고 대통령 본선의 선전포고를 하는 일종의 정치쇼로 치부되고 있다.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도 거의 각본대로 진행되는 할리웃의 쇼처럼 예정되고 있다. 이미 부통령후보마저 정해졌고 클린턴은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제외한 예선 경쟁자로부터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전당대회의 잡음소지는 더욱 없어졌다.

한국의 전당대회보다도 더욱 정치쇼로 비쳐지는 미국의 전당대회에 미국사람들이 요란스럽게 떠들고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외국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미국식 대중 민주주의의 정서가 발산되는 곳이 전당대회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1백일 동안의 피나는 예선과정을 거쳐 선정된 대통령후보를 내세우고 본선에 진출하면서 승리의 계기를 삼으려는 전환점이 바로 전당대회인 것이다.

이미 현직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울 8월 공화당 전당대회보다 1개월 앞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11월3일을 향한 대통령선거전의 출발신호를 울리는 셈이다.

더불어 올 민주당 전당대회가 역사적으로 갖는 의의를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2차대전후 거의 반세기를 지배해온 냉전체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을 이루었던 소련이 없어진 상황을 안고 미 국민들이 어떤 지도력을 택할 것인가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은 예선과정에서 보여줬듯이 각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지명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국내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함께 부통령후보로 고어 상원의원을 선정함으로써 비교적 신뢰감을 구축하고 있다.

40대 중반인 클린턴­고어 티켓은 2차대전이후 출생한 베이비붐세대라는 점에서 미국 유권자에게 세대교체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나이트클럽 가수 제니퍼 플라워양과의 관계,월남전 기피,마리화나 흡연 등 품격에 결격사유를 안고 있다.

억만장자 로스 페로의 등장은 2백년 전통의 양당 정치에 대한 일종의 이단적 도전이다. 그러나 미국을 고장난 자동차,자신을 엔진뚜껑을 열고 차를 고치는 정비사에 비유하는 페로는 불황을 타고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무소속 후보로 올해 선거를 3파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페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 정치의 혁명으로 보고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언론의 가혹한 스크린에도 인기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막오를 대통령선거전은 미국의 진로가 그 어느때보다도 걸려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 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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