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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리에 놀아난 「정보사땅 사기」 예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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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리에 놀아난 「정보사땅 사기」 예치금

입력
199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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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230억 생선」 맡긴 셈/도장 위조에 가짜 통장 등/수십번 「돈세탁」 범행 숨겨/고객돈 유출·사기단 공모 책임소재 새 문제로정보사부지 사기사건과 관련,제일생명과 국민은행간에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2백30억원의 예치금 인출 경위는 사기범 일당과 공무한 정덕현대리가 도장을 위조하거나 도용하여 제일생명 윤성식상무 몰래 빼돌린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정 대리는 이 과정에서 윤 상무가 예금을 개설하며 맡긴 도장을 마음대로 찍어 돈을 찾거나 아예 위조한 도장을 예금원장에 찍은후 이를 이용해서 마음대로 돈을 인출했다.

결국 실질적인 예금주인 윤 상무는 통장과 도장을 갖고 있으니 안심이라며 믿고 있는 동안 2백30억원이 소리없이 빠져나간 셈이다.

검찰이 발표한 2백30억원의 인출경위를 단계별로 재현해 본다.

먼저 사기범 일당은 윤 상무가 돈을 가져오기 전에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에 정명우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사전준비를 마쳤다.

91년 12월23일 윤 상무가 정보사부지 매입예치금 2백70억원을 가지고 압구정 서지점에 찾아가자 정 대리는 윤 상무 명의의 통장을 만들면서 빈 예금청구서 30여장을 윤 상무의 도장을 몰래 찍어 두었다.

윤 상무가 돌아가자 마자 정 대리는 이를 이용,당일로 2백70억원을 모두 빼내 이중 2백50억원은 미리 개설해두었던 석관동지점의 정씨 계좌로 옮겼고 나머지 20억원중 9억6천6백만원은 압구정 서지점의 정씨 계좌로,나머지 10억3천4백만원은 동생 정영진에게 수표로 건네 주었다.

그러나 3일후에 윤 상무가 정 대리를 찾아가 『가지급 형식으로 회사에서 돈을 빼내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다시 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 대리는 부랴부랴 정씨 계좌에서 2백50억원을 빼내 1백50억원은 수표로 윤 상무에게 주고 나머지 1백억원에다 모중공업에서 차용한 20억원을 보태 제일생명 명의의 1백20억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너무 다급했던 탓인지 정 대리는 통장 발행지를 압구정 서지점이 아닌 석관동지점으로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윤 상무는 올해 1월7일 계약이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단 제일생명 명의로 된 통장에 들어 있는 1백20억원을 모두 빼냈다. 이 시점까지는 윤 상무가 돈을 모두 찾아간 셈이므로 제일생명이 손해 본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정 대리의 연락으로 이를 알아챈 동생 정영진은 윤 상무에게 『거래를 할 생각이 없느냐』며 즉각 다시 돈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윤 상무는 당일로 즉각 정 대리를 찾아가 자신 명의로 1백20억원을 예금하고 13일과 17일에는 하영기사장 명의로 1백억원짜리와 30억원짜리 통장을 개설,도합 2백50억원을 다시 갖다 맞긴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 대리는 윤 상무에게 건네준 통장에는 회사직인을 찍었으나 예금원장에는 미리 위조한 윤선식 하영기 명의의 가짜도장을 찍어 두었다. 윤석식이란 도장은 아마 정 대리가 가짜도장을 만들 때 윤성식상무의 이름을 착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다음 정 대리는 은행의 예금담당 실무자인 점을 이용,무통장 출금방식으로 2월13일까지 세 통장에서 돈을 모두 빼돌렸다. 다만 윤 상무가 1월22일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돈이 필요하다』며 20억원을 찾아가 정 대리가 빼돌린 액수는 모두 2백30억원이 되었다.

윤 상무는 그후 2월1일 국민은행 서초동지점에서 예금잔액 조회를 해보고 돈이 모두 없어진데 대해 항의하자 정 대리는 사무착오라며 진짜통장을 돌려 받은후 자신의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서 가짜통장 3개를 만들어 주고 위기를 모면했다.

그후 윤 상무는 6월25일에 가서야 수상한 기미를 느끼고 국민은행측에 공식 확인해본 결과,비로서 정 대리가 사기를 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윤 상무는 도장과 통장만 가지고 있으나 아무 염려가 없겠지 하고 있다가 정 대리의 사기수법에 꼼짝없이 당했다는 것.

이같은 과정이 모두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정씨 일당의 배후여부 등과는 별개로 제일생명과 국민은행간에 벌어지고 있는 2백30억원의 유출책임 공방에서 국민은행측이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생명측이 모르는 사이에 국민은행 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린 격이 되어 감독책임이 있는 은행이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개월전부터 예치금이 자기도 모르는새 빼돌려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도 『통장과 도장이 있으니 안심이다』라고 생각했다는 주장에도 상당한 의문점이 있고 더욱이 윤 상무 스스로가 사기단과 공모,거액의 수고비를 챙긴 사실도 드러나고 있어 최종적인 책임소재 규명은 결국 민사소송에까지 가서 판명될 것으로 전망된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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