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 20∼50%… 주식·회사채 등 인기/돈세탁도 국제화… 재산 밀반출 쉬워져홍콩과 미 LA에서도 원화표시로 발행된 어음·수표·CD(양도성 정기예금증서)·주식 등 유가증권이 유통되고 있다.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의 핵심인물 가운데 하나인 김영호가 지난달 11일 홍콩으로 도피할 당시 1억원짜리 CD 5장과 1억원짜리 수표 5장 등 모두 10억2천만원을 갖고 나간 것도 홍콩 현지에서 이들 유가증권의 현금화(할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세탁이 국제화되어 국내 재산의 해외 밀반출이 그만큼 용이해진 것.
김씨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홍콩이나 LA 등 해외로 도주한 다음 호화스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같은 금융메커니즘 덕분이다. 일시에 거액의 자금을 국내 암달러상에서 환전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달러 현찰을 소지하고 출구하기도 불가능하다. 대신 세관의 X선투시기에 잘 잡히지 않는 어음·수표·CD·주식 등을 가지고 가면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금융계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이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곳은 LA와 홍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의 할인율(달러화 환전 비율)은 천차만별이나 어음의 경우 최고 50%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유가증권의 해외 반출이나 현지 할인 자체가 범법행위인데다 브로커들이 원리금을 회수하려면 결국 한국으로부터 어떤식으로든지 외화를 밑반출해가야 하는 등 높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브로커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유가증권은 국내에서 현금화가 용이한 CD·자기앞수표·상장주식·회사채 등이다. 어음의 경우는 국내 유통과정이 다소 까다로워 덜 선호하고 있다. 대신 할인율은 높다. CD·자기앞수표의 경우 소지인에게 돈이 주어지기 때문에 브로커들이 한국에 들어와 현찰을 바꾸기가 아주 쉽다. CD·수표 등의 할인율은 보통 20∼30%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가 10억원의 CD와 수표를 홍콩 현지에서 현금화했을 경우 약 7억∼8억원에 상당하는 달러화를 거머쥘 수 있었다는 얘기다.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재산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러한 유가증권 해외 할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A와 홍콩에는 이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금융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국내인으로부터 맨먼저 유가증권을 사들이는 수집상이 있고 수집상으로 부터 재매입하는 중간상이 있다. 또 최종적으로 유가증권을 국내에 가지고 들어와 현금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다. 홍콩 금융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들 금융브로커들은 폭력단체나 밀수조직 및 국내 사채업자 등과 대부분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금 2백만원 이상의 원화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빈번해진데다 개방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해외에서의 유가증권 불법 할인을 방지할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은 한때 수표용지와 어음용지에 특수 물질을 넣어 세관통과시 X선투시기에 감지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백지화된 바 있다.<경제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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