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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어떻게 하나/은행 가명계좌로 입금시킨후 조금씩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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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어떻게 하나/은행 가명계좌로 입금시킨후 조금씩 인출

입력
199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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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신용금고·사채업자 이용 어음할인도/금융실명제 실행되지 않는한 추적에 한계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의 범인들은 자금의 사용경로를 감추기 위해 복잡한 「돈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자금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세탁」이란 쉽게 말해 「떳떳지 못한 자금의 출처를 차단하는 것」으로 돈세탁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표의 현금화이다.

현재 금융구조에서는 일단 어느 은행에선 수표가 발행된후 이것이 다시 금융기관으로 돌아오면 매일 금융 결제원에서 마이크로 필림으로 보관해 놓기 때문에 수표를 이용한 금전거래는 간단히 자금 이동경로가 드러나지만 일단 현금으로 바꾸고 나면 그뒤부터는 특별한 경우가 없는한 자금추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갑이 거액의 자금을 A은행에 가명계좌로 입금시키고 이를 조금씩 나누어 현금으로 빼내는 방법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자금추적을 따돌릴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각 금융기관들도 현금을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자금규모가 수십억원대 이상으로 커지면 이를 모두 만원짜리로 바꾼다해도 부피가 엄청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한 것이 수표 바꿔치기.

자신의 계좌에 다른 사람이 입금시킨 수표를 넣고 반대로 그 사람의 계좌에는 자기수표를 바꿔 넣는 수법이다. 혹은 반대로 단자 보험 증권 투신 등 평소 거액의 자금거래가 빈번한 금융기관의 실무자와 짜고 그 금융기관에서 거래되는 수표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수표를 바꿔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정씨 일당이 사기자금을 이용,한라그룹에 1천억 규모의 사채놀이를 했다는 설이 나온 것도 바로 이같은 돈세탁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한라그룹은 영문도 모른채 사기극에 출연한 셈이 됐다.

또 비교적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거액수표의 분할 및 재결합 수법.

이번 사건에서도 이용된 방법으로 예를들어 특정은행 지점에서 1백억원짜리 수표를 입금한후 이를 다른 계좌에 넣어 재인출할 때는 10억 또는 20억원 등 여러장의 소액수표로 쪼개고 이를 다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소액의 수표로 쪼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또 출처를 알 수 없는 다른 돈을 섞어 자금규모를 틀리게 하는 등의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

수표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때로는 아무 의미도 없이 여러 계좌간 입출금이 빈번히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정씨 일당은 동일 계좌에서 최고 하루에 8번까지 입출금이 이루어졌으며 국민은행 정덕현대리는 한번에 1백억원 가량을 실제로 현금이 입출금된 것처럼 은행장부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밖에 단자회사나 신용금고 또는 사채업자를 통해 어음을 할인하는 방법도 종종 사용된다. 현실적으로 사채업자들은 물론 단자회사나 상호신용금고 등에 자금을 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분노출을 꺼리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권보다 자금추적을 따돌리기가 쉽다는 점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번에도 제일생명이 발행한 어음 가운데 2백억원 가량이 사채업자를 통해 상호신용금고에서 할인되어 현금화되었다.

결국 이같은 돈세탁 방법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출처를 밝히기 꺼리는 「구린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돈세탁의 천국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금융실명제가 실현되지 않는한 돈세탁을 막을 수 없으며 또한 자금추적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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