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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처불명 472억원 “최대의문”/정보사땅 사기 검찰수사 1주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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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처불명 472억원 “최대의문”/정보사땅 사기 검찰수사 1주 점검

입력
199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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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미온수사·집단 자백에 의혹/나도는 「배후설」 임의로 차단 인상도/제일생명 고위층 사전인지 확실 불구 부인 석연찮아/땅값 시세 2배 이상 계약사실도/단순 사기사건으로 보기엔 무리정보사부지 매매사기사건은 11일로 검찰 수사착수 1주일째를 맞았으나 여전히 명쾌한 사건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사건 관련자들의 인맥이 서로 난맥처럼 얽혀있고 이들의 진술이 숱하게 번복되거나 주장이 서로 상충돼 진위판별이 쉽지 않은가하면 수사의 기본단서가 될 자금의 흐름도 치밀한 돈세탁 등에 의해 추적이 여의치 않은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동기나 경위 등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논리적 설득력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수사진전의 가장 큰 장애로 가로놓여 있는 실정이다.

검찰수사는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세간의 무성한 소문과 추측에 휩싸여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으며 악전고투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지난 8일 전 합참 군사자료과장 김영호씨를 공문서 위조 및 동행사 등 혐의로 구속한데 이어 10일 성무건설 회장 정건중,사장 정영진,정명우씨 등 이른바 「3정」과 제일생명 윤성식상무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의 구속이유가 반드시 이 사건의 완결된 설명이 될 수는 없지만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내용은 적어도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구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영장내용을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주범은 정건중씨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부동산 브로커 곽수열씨를 만나 『돈만 있으면 서초동 정보사부지를 불하받을 수 있다』는 제의를 받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 정영진과 부동산 브로커 박삼화와 함께 범행을 모의한다.

이들은 마침 신축 사옥부지 확보가 절실한 제일생명 윤 상무를 만나 대단한 「배경」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정보사부지를 관계당국으로부터 불하받으면 이중 3천평을 사옥부지로 넘겨줄테니 로비에 필요한 정치자금과 부지대금을 미리 은행에 예치하라』고 속인뒤 지난해 12월23일 매매약정을 맺는다.

이에 따라 윤 상무가 올해 1월7∼17일에 정씨 일당중 정영진씨의 형 정덕진씨가 대리로 있는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에 2백50억원을 입금시키자 정씨 등은 곧바로 이중 2백30억원을 빼내 가로챈다.

이들은 이어 윤 상무에게 보다 확실한 신뢰를 주기 위해 곽수열씨와 끈이 닿아 있던 합참의 김씨를 만나 1월21일 위조된 국방부장관 명의의 정보사부지 매매계약서를 받아내 이를 윤씨에게 제시하고 2월에 잔금조로 액면금액 4백30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받아 가로챈다.

정건중씨가 이처럼 치밀하게 사기를 한 동기는 「교육사업에 뜻을 두고 대학설립자금을 조성키 위해」서였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요컨대 이 사건은 전문 사기단에 의한 대담하고 규모가 큰 토지사기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나름대로 이를 뒷받침하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가장 큰 의문인 「제일생명과 같이 재테크에 능한 대기업이 어떻게 아무런 근거자료없이 사기꾼들의 말만 믿고 덥석 그 큰 돈을 내주었는가」라는 점에 대해 검찰은 『제일생명이 정씨 일당에게 돈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땅매입 능력을 입증키위해 은행에 「예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이 돈은 애당초 범인들이 빼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한 보충설명으로 제일생명이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의 사기범들과 거래를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돈을 떼인 적이 없었다는 사례를 제시한다. 단지 이번의 경우는 사기범과 연결된 정덕현이라는 인물이 은행에 있었기 때문에 정씨 등이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밖의 계약과정상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지엽적인 것들이다.

예컨대 정씨 일당과 윤 상무의 매매약정이 평당 2천만원짜리와 2천2백만원짜리 2가지로 작성됐다는 것은 내·외부용으로 이는 이러한 큰 규모의 거래에 으레 따르는 회사 비자금조성용이거나 윤 상무 개인의 「떡고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돈이 모두 지급된뒤 4월에야 정식 계약이 맺어졌다는 것은 단순한 거래 절차상의 문제라는 해석이다.

검찰의 설명은 얼핏 나름대로 일관된 구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리적 또는 정황상 허점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우선 검찰의 설명은 이 거래가 제일생명의 입장에서 보면 관행에 따른 정상거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일생명의 하영기사장이 거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계속 발뺌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윤 상무의 진술외에 숱하게 나오는 정황으로 볼때 하 사장이 거래 초기부터 개입했거나 적어도 알고도 묵인한 것이 명백해지고 있는데도 하 사장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 사장은 『이사회의 결정도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한 윤 상무를 배임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었다. 하 사장의 이같은 행위는 자신의 책임회피를 위해 또는 나중에 국민은행과의 책임문제가 제기될 때를 의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그보다는 모종의 연결고리를 윤 상무선에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6백60억원 규모의 거래를 일개 중역이 혼자 결정,처리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사실로 믿기 어렵다.

또 아무리 돈의 인출을 예상치 않았다 하더라도 그만한 거액을 아무런 증빙자료나 확신없이 은행에 예치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의 조사에서도 정씨 등 사기범 일당이 어떤 유력인사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해 가며 사기에 적극적으로 이용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기범 상당수는 동종 누범자인데다 뒤늦게 연결된 합참의 김씨조차 이만한 거래를 성사시킬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개인적 공명심이 앞선』 윤 상무라 할지라도 이들의 외형과 말만 듣고 거래에 응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거래액이 실제 지가에 비해 2배이상 높았다는 사실도 문제이다. 확신도 안서는 거래를,그것도 시가이상의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성사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이 거래에 대한 모종의 엄청난 반대급부가 있지 않았느냐는 추리가 쉽게 성립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씨 일당의 사기이후의 여유있었던 행적,국방부측의 김씨에 대한 미온적 조사,「3정」의 집단 자수 등은 이들 이외에 또다른 제3자와 정보사부지 거래를 포괄하는 대형구도를 상정하지 않는한 설명이 어렵다.

현재까지는 중간 경유자만 파악돼 있을뿐 최종 행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4백72억7천만원의 용처가 이러한 의혹을 설명해줄 유일한 단서이다.<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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