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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못 살면 사람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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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못 살면 사람도(사설)

입력
199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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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치·살치 등 한강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은 한강의 관리소홀로 인한 수질 악화때문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비록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한 한강수역이 당산철교와 양화대교 부근으로 식수를 끌어올리는 영등포·선유·노량진 수원지와는 다소 떨어진 하류라고 하지만,물고기가 몰사할 만큼 한강수질이 다시 오염·악화됐다는 것을 들으면서 새삼스러운 공포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도대체 서울시는 한강개발사업으로 크게 정화됐던 한강이 또다시 「죽음의 강」으로 바뀔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고수부지 조성 등으로 호안을 정비하고 하상준설과 수중복 설치 등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완료한 86년이후 한동안 한강에는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다시 나타나 1천만 서울시민들을 기쁘게 했던 사실을 우리는 엊그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물고기가 떼죽음을 하고 있으며 그것도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 2∼3년 전부터의 일이었다는데도 이제서야 원인을 알아냈다고 하니 서울시가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서울시와 연구기관이 조사분석했다는 이번 물고기 떼죽음의 직접 원인만 봐도 그렇다. 강바닥의 퇴적물이 여름철 수온상승으로 분해되면서 수중용존산소량(DO)을 크게 감소시킨데다 암모니아·메탄·유화수소 등을 발생시킨 것이 수질 악화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인리 화력발전소에서 37도나 되는 폐열 수를 그대로 방류,일대 한강수온을 5∼4도 높은 23∼24도까지 끌어올렸다는 부수적인 원인도 밝혀졌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한강관리에 어느 정도나 무신경했던 것인지를 알만하다.

지난해 맑은 물 공급과 깨끗한 한강보존을 그렇게 외쳐댔으면서도 서울시는 한강의 오니·수심·유속·수질 등을 종합 조사관리할 조사선과 다목적 청소선 등 과학적 관리 장비구입과 보강에는 인색했다. 뿐만 아니라 행정직원들로 구성된 한강관리사업소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형식적인 관리만을 해온 실정이다.

물은 1천80만 시민의 살림을 도맡은 서울시의 일이 한강수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과 순환 고속도로를 빨리 건설해 한계 상황에 달한 교통체증을 해소해야 하고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시영주택과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시민들의 생명수인 한강을 살려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을 공급하는 일은 어떤 현안 못지않게 중대한 일이다. 물고기가 못 살면 사람도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강을 살리는 일에 재원과 인력을 투자하는데 더이상 인색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시정 책임자들은 새겨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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