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과대계상 차액받아/대금 2백70억 행방 묘연/“정상거래가 돌발변수로 사기 변질” 뒷받침제일생명은 정보사땅 매입과정을 통해 최소한 2백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사채시장과 단자·신용금고 등 금융계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보사땅 가격을 실제보다 2배이상 높게 책정해 매도자한테 6백60억원을 대금으로 일단 지급한후 다시 과대계상된 액수를 되돌려 받아 경리장부상 전혀 하자가 없는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자금 조성루트는 기업들이 해외지점과의 거래를 통해 외화를 해외로 빼돌릴 때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과 유사하다.
제일생명의 비자금 조성은 정보사땅 사기사건중 제일생명이 왜 땅값을 주변시가보다 2∼3배나 더 비싸게 지급했느냐는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주요 관련자가 검찰에 넘겨진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제일생명의 대금 6백60억원중 2백억원 이상의 소재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아 비자금조성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비자금조성 의혹은 이번 정보사땅 매매가 당초에는 정상거래로 이뤄지다가 뒤늦게 성사되지 못할 돌발변수가 출현,사기사건으로 변질됐음을 전제로 한다.
모든 것이 다 잘 풀렸으며 아무런 말썽없이 마무리됐을텐데 매매 자체가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돈의 행방을 놓고 분란이 발생,시끄러워졌다는 것이다.
금융계 소식통에 따르면 제일생명의 비자금조성은 박남규회장의 지시로 신뢰할만한 심복인 윤성식상무가 단독 실무자로 활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윤 핫라인의 가동으로 제일생명의 하영기사장은 이번 일에서 배제돼 단순한 사옥부지 매입정도로만 업무를 보고받았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하 사장이 아니라 박 회장과 윤 상무의 입을 통해 실체를 드러낼 수 있다고 금융계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문제의 정보사땅은 주변의 주거지역 땅값이 평당 6백만∼7백만원이고 상업지역 땅값이 1천만원 안팎이므로 기껏해야 1천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실제 계약은 평당 2천1백만원에 이뤄졌다. 그럼에도 스스로 손해를 보면서 땅을 비싸게 사들이는 이유에 대해 당사자인 제일생명이나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모두 전혀 묵묵부답이다. 심지어 이러한 궁금증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정상적으로 거래가 끝났으면 제일생명은 이 땅을 사면서 장부에 토지매입대금으로 6백60억원을 지출했다고 명기했을 것이다. 그 것을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샀다고 해도 내부 감사에서나 한번 지적받으면 그만이다. 이 땅을 판 매도자들은 대금중 시가와의 차액 대부분을 제일생명에 되돌려 주더라도 수고비 등으로 적정가격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챙기게 된다.
제일생명의 비자금조성 소문은 지난 총선직전 제일생명의 어음이 5억원짜리로 쪼개져 단자사와 상호신용금고,사채시장 등에 대량 유통되면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5억원짜리 어음이 1백장이나 유통되고 있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이처럼 한꺼번에 제일생명 발행어음이 대량으로 나돌자 일부에서는 제일생명의 단기 결제능력에 의문을 제기,어음할인을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자금조성에 대해 단자·사채시장에서는 제일생명에 관한 악성루머가 파다하게 나돌았고 일부 단자사는 아예 어음할인을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생명이 정보사땅 대금으로 내놓은 돈은 6백60억원으로 돼있다. 정확한 수표추적 조사가 끝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소지도 있다.
이중에서 일단 현재까지 중간소재가 확인된 돈은 3백90억원. 1백87억3천만원은 제일생명에 되돌아갔고 나머지는 김영호 등 사기관련자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행방이 드러난 이 돈들도 일단 김영호 등에게 넘어갔다는 말이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다.
특히 3백90억원외에 2백70억원은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이돈중 안양군부대부지 매입에 50억원이 쓰였고 2백억원 가까이는 정영진이 어음결제하는데 사용했다고 행방을 파악하고 있으나 정이 사업상 2백억원 가까운 어음을 결제한다는건 설득력이 없다.
조양상선그룹의 회장이기도한 박 회장은 한보의 정태수 전 회장보다도 오히려 로비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또 윤 상무는 리베이트가 거의 공식 관례화된 해운회사(조양상선) 경리부장을 역임,이 방면에선 베테랑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간여한 윤성식상무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하고 일단 풀어주는 등 사건의 방향을 사기단에 맞춰 단순사기사건으로 조기 매듭지으려는 인상을 보이고 있다.
서둘러 사건이 단순사기로 종결될 경우 이번 정보사땅 사기사건은 지난해의 수서사건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겐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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