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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무너지는 이 사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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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무너지는 이 사회(사설)

입력
199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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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없고 그렇다고 안되는 일도 없는 세상이다. 그런가하면 정작 되어야 할 일은 안되고,거꾸로 안될 일은 되어가는 기현상이 빈발한다. 더 아프게 꼬집는다면 정직한 사람은 되는 일이 없고 사기꾼은 안될 일이 없는 것이다. 왜곡된 사회풍조가 만연한지 오래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의 판단기준이 무너져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 현상이 대형사기의 한탕주의,공사간의 각종 비리를 속출케 하는 온상 노릇을 하고 있다.한창 수사가 진행중인 국군정보사령부땅 사기사건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지껏 터져나온 대형 사기사건들의 유형과 모양이 닮았다. 이런 사기극들은 들통이 나면 거의 어김없이 공직자가 개입되어 있고 금융기관이 몰려든다. 아울러 유형 무형으로 또는 진짜이든 가짜이든 권력층이나 유력한 거물들의 위세가 「배후」에 어른거린다. 이것이 무리를 낳는 소지라고 할 수 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돌격형 억지가 이래서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사회 병적 풍조의 1차 책임은 언제나 권력층과 정치권에 돌아간다.

우리 사회에선 원칙과 상식이 무력해진 대신에 오히려 변칙과 우격다짐이 기세를 올린다. 그래서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과정과 경로를 존중하고 순리에 따라 풀어가는 사회에선 사기나 투기와 같은 일확천금은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무리가 통하니 사기와 부정의 규모도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 터졌다면 몇백억원대이니 상상으로도 따라잡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더욱 해괴한 것은 배후와 책임은 언제나 오리무중이라는 사실이다. 되는 일 없고 안되는 일이 없을만하다. 무리가 순리를 압도하는 풍조는 무책임과 불신 등 온갖 사회병폐를 불러 들인다. 권력지향으로 몰리고 아니면 검은 졸부를 탄생시킨다. 어디 그 뿐인랴. 일반에게 미치는 영향과 역작용은 어떤가. 냉소와 자조가 번져 간다. 성실할수록 의욕을 잃으며 끝내 무력증에 빠진다. 근로의 대가가 쥐꼬리처럼 초라하게 느껴진다. 될 일 안될 일의 구별이 뭉개지면 될대로 되라는 체념밖에 남는게 없다. 실로 두려운 사회현상이다.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나,그 길은 가까운데 있음을 확신한다. 정권말기의 누수만을 탓할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신력과 책임의식의 회복이 시급하다. 정부가 일구이언이니까 사회가 갈팡질팡한다. 공개주의를 원칙으로,비록 명백한 과오라도 숨기는 일이 없어야 믿음이 살아난다. 6공이 민주화를 치적으로 삼으려면 원칙과 순리의 확립,그리고 공신력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보사땅 사기수사에서 그 실증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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