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더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벽두부터 하는 꼴이 지독스럽게 무더울 징조가 분명하다. 6월중순부터 시작해서 8월초까지 긴장마가 예상된다던 기상청의 성급했던 예보가 빗나갈때 이미 수상쩍긴 했었다.아니나 다를까. 영·호남을 비롯한 남부지방에는 10년래 최악이라는 가뭉이 닥쳐 산하를 목타게 하고 있다. 웬만한 저수들은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다. 댐의 방류량 부족으로 발전중단 위기를 맞게된 발전소까지 생겨날 지경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위태롭다던 전력수요에 적신호가 울릴 판이다. 거북이 등짝처럼 입을 쩍쩍 벌린 벼논을 보며 애태우는 농심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저께 대구가 37.8도까지 수은주가 최솟았고 이달 들어 연 6일째 계속되는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대지를 숨막히게 하고 도시를 헐떡이게 만들어 놓고 있다.
삼복더위가 무색하리만큼 빨리 밀어닥친 혹서속에서 전국의 83만 공무원과 정부투자 기관 및 산하단체 임직원 20만명 등 1백만명이 넘는 공직자들은 지금 모서훈련까지 겹쳐 더욱 무덥고 짜증스럽다.
찜통처럼 꽉막힌 세종로 정부 제1종합청사와 과천 제2종합 청사에서 근무하는 1만5백여 공무원들은 한 사물시에 1∼2개 밖에 없는 선풍기가 내뿜는 찬바람은 「죽은 사람 콧김」 정도의 효과도 없어 하오 2∼4시 사이에는 땀으로 옷을 적셔야 한다.
팔이 아프도록 부채를 부쳐대지만 바깥보다 더 높은 기온을 감당키는 정말 힘이 겹다. 낮 최고기온이 28.2도였던 지난달 30일 하오 3시20분깨 제1종합청사 14층 한 사무실의 실내온도는 32.5도였다는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정부종합청사는 완전 중앙냉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냉·난방 열효율을 위해 사무실의 열 수 있는 창은 조그만 것 한 두개뿐이다. 북향창들은 아예 밀폐다. 종합청사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선 동사무소나 구청사무실도 비슷하다.
지지난해와 지난해에 사무실 창들을 중앙냉·난방에 맞춰 밀폐로 뜯어 고쳐 놓았기 때문에 큰 창문들을 열수가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바깥기온이 30도가 넘을때는 창문을 열어 봤자다.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불쾌지수가 80이상 된다고 한다. 불쾌지수 80이상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잘내게 된다는 설도 있다.
공무원이든 공직자든 그들도 보통사람들이다. 무쇠돌이나 마징거Z가 아니다. 30도가 넘는 찜통 사무실에서 일이 손에 잡힐리 만무일 것이고 능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것이다.
비상절전운동을 펴지 않으면 전력예비율이 2.5%밖에 안돼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할 수 밖에 없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목적이 좋다해서 수단이 아무래도 되고,「하라면 하는 것이 공무원이니까」 전력부터 아끼기 위해 몰아세워 놓고 보자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시대 발상의 잔재처럼 보인다. 올 여름 관공서 냉방기 일체가동 금지를 결의한 지난 5월29일 국무회의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해서 생각이 짧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1백만 공무원·공직자들에게 극기훈련이나 모서훈련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28도가 넘는 한낮에는 제한된 시간만이라도 냉방기를 가동할 수 있도록 관공서 절전대책을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전력을 소비·낭비하는 민간 차원에서도 전력을 아껴쓰도록 범국민운동화 해야 한다. 국민들도 전등한개라도 끄고 에어컨·선풍기를 덜 사용하는 절전운동 대열에 기꺼이 나서야 한다. 이 나라가 공무원들만의 나라가 아닌 이상,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은 생색과 전시의 냄새가 물신 나는 절전대책보다는 온 국민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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