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방은 금융자율화가 선행되거나 적어도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이득 보다 클수 있다.시장메커니즘에 의해 국내금융,자본,외환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하에서 금융개방이 급속도로 추진되면,경제가 교란되고 정부 금융정책의 효율성도 저하된다. 또한 정부의 보호로 자율경쟁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금융시장이 개방되면 국내금융산업은 자본력과 경쟁력을 갖춘 선진금융기관에 의해서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는 금융개방과 금융자율화의 속도를 우리 경제여건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만 경제가 범세계화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개방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입장에서 금융개방의 속도조절은 이와같은 추세속에서의 속도조절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UR 금융협상,한·미 금융정책회의 등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서도 현실성있는 개방계획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반영,지난달에 발표된 정부의 제2단계 금융자율화 및 개방계획은 당초 개방속도를 다소 앞당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점외 무인입출금기(ATM)설치,외국증권사 추가지점 설치,증권투자신탁업 참여 허용,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 당초 94∼96년 중기계획에 포함된 내용을 내년으로 앞당기고 있다. 또한 외국환은행 매각초과 포지션한도 확대,경상거래에 대한 원화결제확대와 비거주자 자유원계정도입,그리고 선물환거래 확대를 포함,외환과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변수에 영향을 주는 개방조치도 확대하였다.
그런데 이와같은 금융개방 확대조치와 관련,국내 금융자율화가 여기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지난달 일본은 은행·증권의 겸업,특수은행의 일반은행으로의 전환,유가증권의 범위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제도 개혁안을 확정함으로써 획기적인 개혁조치를 취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은행업과 증권업을 엄격히 구분하는 분업주의를 채택하여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업체별 자회사방식」을 채택,현행 금융기관간의 업무분야를 유치하면서 자회사를 설립하여 타분야에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유럽각국들이 취하고 있는 겸업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유럽식 겸업주의는 은행의 고유업무의 하나로 증권업무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도 현재 개편안이 유보된 상황이지만,금융기관 소유권의 자유화,금융산업의 업무제한철폐,지역별 업무제한철폐,금융산업감독제도의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제도 개혁안을 마련한 바 있었다.
결국 세계금융시장은 급속히 결합되면서 금융산업은 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나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국제금융환경의 변화와 금융개방에 때 맞추어 금리자유화와 금융산업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자율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밀고 나아가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 금융산업체계를 보면 크게 은행금융기관과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나눌 수 있고 은행금융기관은 다시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으로 나누어진다. 그렇지만 1960년대 경제개발재원 확보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세운 특수은행이나 1970년대 사금융의 양성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비은행금융기관은 그 설립목적과 기능이 크게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비은행 금융기관은 금리 및 영업규제면에서 유리한 조건과 경영상의 자율성을 배경으로 급성장한 반면 일반은행은 금리규제,정책금융취급 및 채권부실화로 인해 성장이 부진하면서 금융기관간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을 인위적으로 분할하여 칸막이 금융제도를 실시해 온 결과,각 칸마다 각기 다른 금리가 존재,금리구조와 자금의 흐름이 왜곡되었다. 또한 금융정책의 효율성도 제대로 기대하기 힘들게 돼었다.
한편 우리도 일본과 같이 금융제도의 건전성 저해와 이익상충을 우려,은행과 증권업을 분리하는 분업주의를 채택해 왔다. 그러나 금융의 증권화추세로 증권회사의 상품과 은행의 상품사이에 구분이 애매해지고 세계금융시장이 겸업화추세로 나아감에 따라 금융산업 개편문제가 우리에게도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투자금융회사의 은행과 증권업진출허용에 따라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금융회사의 증권업전환이 가능해져 결국 자회사형태를 통한 은행의 증권업진출이 열린 셈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아직도 금융산업개편에 대한 전반적인 틀이 정해져 있지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전체적인 틈을 정하고 특수은행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금융산업의 규제 완화와 업무영역조정 등에 관한 방향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물론 금융산업 개편은 기존 금융질서에 미치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장기 실천계획을 세워 이를 사전 예고하는 등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 나라의 금융제도를 이상적인 제도로 전면개편하기는 용이하지도 않고 이와같은 작업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금융개방에 대비,중지를 모아 금리자유화를 적극 추진하고 금융산업간의 불필요한 칸막이는 제거할 때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금융산업개편 추세에도 합당하고 우리의 현실에도 알맞는 금융산업개편 방안을 수립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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