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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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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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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을 흔드는 대형사기 또는 비리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끼는 것이 있다. 소위 「돈세탁」이다. 지금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에도 돈의 출처나 꼬리를 감추기 위해 수없이 돈의 세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사기사건과 관련,증발된 4백30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는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상당금액이 사기단의 가명계좌에 임금돼 있었다』는 것.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정건중·정명우·김영호·정영진 등 혐의자들의 실명계좌에는 돈이 별로 없었으나 이들의 가명계좌와 가족들 명의의 통장에 수십억씩 입금된 것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돈이 대부분 수표로 이동했고 자금 입·출이 빈번,과정이 매우 복잡하긴 하나 추적은 쉬웠다』고 전했다. ◆한국은 잘 알려진바와 같이 금융실명제를 거부하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누구의 이름으로든지 통장(계좌)을 설정,금액의 다과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입·출금을 할 수 있다. 즉 가명계좌 설정이 손쉽게 가능하다. 한국은 이래서 「돈세탁의 천국」이다. 구미는 사인의 문화탓이기도 하지만 가명계좌가 허용되지 않는다. 파나마가 한때 돈의 이름을 묻지 않아 「돈세탁」 특히 「마약돈의 세탁소」로 악명을 높였던 때가 있다. ◆우리는 사채업자나 증시의 「큰 손」들이 즐겨 가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보사땅 사기사건이 시사하듯 때묻은 돈은 언제나 가명을 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정치자금도 또한 얼굴을 감춘다. 지금까지는 주로 국내 돈만이 돈의 가면무도회를 이용한 것 같다. 이제는 일본의 야쿠자돈,동남아의 마약돈 등이 참여하려는 기미가 있다. ◆한국도 이제는 돈의 가면을 벗길 때가 왔다. 민주,국민 등 두 야당은 금융실명제를 즉각 실시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집권당인 민자당만이 「단계적 실시」의 이름아래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재고의 필요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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