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개원된 제14대 국회가 열흘 넘게 공전하고 있다. 그동안 해놓은 일이라곤 의장단 선출과 회기(30일간) 결정뿐이다.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여 전체의원들을 각 상위별로 배치하는 원구성 작업도 아직 끝내지 않은채 기약없이 세월만 허송하고 있다. 국회운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각 당의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여러 창구가 동원되고 있지만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다. 날마다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는 총무회담 광경이 TV화면에 비칠 때마다 역정을 내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채널을 다른데로 돌리는 사람도 있다. 열렸다 하면 공전을 계속하는 국회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다.더욱 답답한 것은 만성이 되어버린 이러한 파행국회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각 정당의 대표들은 대통령후보로서 벌써부터 성급한 표밭갈이에 몰두해 있어 국회야 어떻게 굴러가든 상관없다는 표정들이다. 여야의 대표들이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자유 재량권이 있을 수 없는 원내총무들끼리 협상이라도 하는 양 시늉만 내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식상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모습의 정치현실과 정치인들의 행각을 보면서 언제까지 한숨과 개탄으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은 열려 있어도 닫힌거나 마찬가지인 현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여야간에 대통령선거 전략의 제물이 되어있는 국회를 본래의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이 쌓여 있다. 국회가 잠자고 있었던 지난 반년동안 숱한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6공 최대의 금융사기사건이라고 해서 요즘 날마다 크게 보도되고 있는 정보사땅 사건은 최근에 터진 일이라 하더라도,국회에서 추궁해야 할 소위 임기말 현상만해도 이슈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부고속전철,제2이동통신,영종도 국제공항 등 여러가지 대형사업에 얽힌 의혹도 풀어주어야겠고 공직사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기강해이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날로 심각해 가기만하는 경제난국과 민생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6월말까지 특별·직할시장과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선거를 실시하지 않아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불법무법 상황도 누구의 잘못때문에 빚어진 것인지 당연히 따지고 시정해야 한다.
야당은 이런 저런 문제들을 가지고 지금 장외에서 대여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국회에서 그런 문제를 따지는 것이 정도이고 상식이며 또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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