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부담 없이 연구 전년토록/「6년근속」마다 기회… 기간 신축성있게/봉급·신분등서 절대 불이익이 없어야/일부선 “특정인위한 제도” 불만도… 행상식운영 탈피를대학사회를 끌고갈 교수들이 지쳐있다.
교수들은 주당 9시간 이상의 수업과 대학원생 논문지도,학사업무 등에 충실하다보면 연구할 시간이 없다. 급변하는 학문조류를 따라갈수 없고 케케묵은 강의노트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수들에게 강의부담을 주지않고 일정기간 자유롭게 연구에만 전념케하는 안식년제(또는 연구년제)는 새로운 첨단지식으로 재충전하고 학문에 대한 애착과 창의성을 고무하는 유일한 기회다.
대개 6년을 근무한 교수가 7년째되는 해에 본인의 희망과 학교당국의 심사결과에 따라 1년동안 강의를 쉴 수 있게하는 이 제도에 대해 거의 모든 교수들이 『학문발전과 연구풍토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대학에서는 1905년께 우수교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후생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 제도를 처음 실시한 이후 보편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강대가 60년 개교당시부터 안식년제를 도입한데 이어 현재 동국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홍익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대구대와 목원대는 오는 2학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근무연한에 상관없이 매년 중요연구과제를 맡은 교수 10여명을 선발,강의를 면해주는 「연구교수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건국대는 매년 19명의 교수를 선발,1년간 해외에서 연구하게하는 「해외 교수 연구파견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의 안식기간은 1년이내이며 서강대와 동국대는 2차수혜때부터는 6개월(1학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12년이상 근속한 교원은 1년,12년미만은 6개월씩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화여대는 연구년제를 1년·반년·수업경감연구년제 등 3종류로 구분해 수혜교원이 선택토록하고 있다.
연구년을 보내는 방법도 교수들에 따라 다양하다.
올해초부터 6개월간의 안식년에 들어간 서강대 김기봉교수(불문학)는 충남 천안에 있는 사찰에 은거한뒤 지난 6월초 상경,프랑스시 등 전공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연구년 기간동안 금융정책 농업공동정책 등 5개분야에 걸쳐 「유럽공동체구조분석연구」를 수행한 홍익대 심상필교수(경제학)는 『책은커녕 신문도 잘 볼수 없는 빠듯한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그동안 수집해둔 자료를 정리해 마음껏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지난 1년은 매우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에 연구년을 맞는 고려대 김우창교수(영문학)는 『재직 31년간 줄곧 강의에 쫓겨 정신없이 살아왔다』며 『재충전을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가서 연구에만 몰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연구년휴가중인 연세대 오세철교수(경영학)는 지난 14대 총선에서 「민중회의」라는 정치조직을 결성해 무소속후보로 출마했었다.
오 교수는 『전공분야인 조직이론을 안식년중에 실천적으로 연구하고 있는셈』이라며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위해서도 본인의 정치활동이 학문연구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안식년 수혜교수를 전체의 3∼10% 이내로 제한하는 「실링제」를 채택,안식년동안 감봉하거나 연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연구년기간중 승진과 호봉승급을 유보하고 서강대는 2차의 경우 보수의 50%만 처우한다.
동국대는 연장기간에 한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외국대학선 보편화
지난해 일본 동경대에서 연구년을 보낸 한국외대 최재철교수(일본어)는 『해외유학중 연구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현지대학의 장학금이라도 받아야 「배고픈연구」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하치근교수(국문학)는 『내가 연구년에 들어가면 동료교수의 강의부담이 늘어나는 등 남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맘놓고 연구년을 신청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연구년제가 교수충원 및 대학재정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한 효과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문웅교수(인류학)는 『전공분야의 특성상 연구대상지를 2∼3년에 한번꼴로 방문해야 하는데 교수 수가 너무 적어 신청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학문발전을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와 교원확보가 이루어져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촉진을 위한 이 제도가 전임교수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서강대 김용권교수(영문학)는 『안식년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기보다 현재까지의 봉사를 감안한 행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근속연한에 상관없이 학내보직을 역임한 특정교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등 휴직제가 파행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교수들간에 불필요한 알력과 반목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6년이상 근무한 전임강사나 부교수이상 교원의 안식년 신청을 받아 최근의 교육·연구업적 및 연구계획서를 총괄적으로 평가한뒤 해당단과 대학장의 소견서 등을 참작해 대상자를 선발한다.
연구년을 마치고 6개월이내에 「연구결과보고서」를 제출토록하는 대학도 있지만 서강대 연세대 등은 의무조항이 없다.
서울대 한 단과대학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교수 제도는 몸이 아픈 원로교수를 위한 휴직제도가 돼버렸다』며 『형식에 그치는 연구결과 보고서를 철저히 심사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황응연교수(교육심리학)는 『교수의 최근 연구성과에 따라 안식년이라는 특권과 기회를 부여하는 「업적주의」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안식년제의 기간 및 대상교원의 범위에 대한 이견도 있다.
국민대 배규한교수(사회학)는 『6개월 동안 실질적 연구성과물을 얻어 낼 수 없어 안식년에 들어가는 교수들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를 십분활용키 위해 총장에게 한학기 연장을 신청하고 있다』며 『전공과 연구의 성격에 맞춰 융통성있는 기간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민만기교수(기계공학)는 『특히 학문의 발전속도가 빠른 이공대의 경우 전체기간을 다소 줄이더라도 수혜주기를 7년에서 3∼4년 정도로 앞당겨야 한다』고 중앙대 박영근교수(불문학)는 『강의를 1년간 중단하면 감각을 잃어버리기 쉽다』며 기간단축을 원했다.
서울대 이범희교수(제어계측공학)는 『미국대학의 경우 안식년을 맞은 교수는 봉급전액을 받으면서 기업체나 연구소,타대학 등에서 일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우리도 안식년 기간중 타대학출강금지 등 제한을 없애고 연구에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을 보장해 주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이태수 교무부처장은 『안식년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면 개설강좌수를 줄이거나 교수를 확충해 강의부담을 줄이는 일이 선행돼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용권교수는 안식년과 함께(학위과정 이수를 위한) 특별휴직제도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정부도 적극 지원을
김 교수는 『과거 10년간 전국 각 대학에서 신규임용된 교수가운데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중인 사람이 상당수 포함됐었다』면서 『원로교수뿐 아니라 신진교수요원의 자질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학위취득을 위한 유급휴가를 주거나 책임강의시간을 줄여주고 학비를 보조해 주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많은 대학이 안식년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뜻 시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재정난.
이화여대 황응연교수는 『대학에 기존의 유급휴직제나 해외파견제가 있을 경우 이를 현실적으로 보완해 연구년제로 발전·정착시켜야 하며 정부차원에서도 새로운 기금을 조성해 교수연구년제와 유기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와함께 학문발전이 날로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연구년제 신청자격연한을 하향조정하고 연구년제의 다양화와 연구년 기간동안 신분상·재정상 불이익을 주지말 것 등을 원하고 있다.
◎국내첫도입 서강대/60년 개교때부터 32년간 실시/「전임」 7명넘는과 2명 동시도
지난 60년 개교때부터 안식년제도를 도입한 서강대는 학기중 교수의 휴직을 유급휴직과 무급휴직으로 나누고 유급휴직을 다시 안식년휴직과 유급특별휴직으로 나누어 실시하고 있다.
안식년휴직은 6년이상 근무한 전임교수에게 허가되며 연간 전임교수총수의 16%이내로 제한된다.
유급특별휴직은 3년이상 근무한 전임교수중 학위과정이수,연구,시찰,교환교수 등 특별한 학문적 필요에 따라 할 수 있으며 연구,강의,정부직책 등으로 다른 기관에 전임직으로 고용될때는 학교급여는 지급하지 않는다.
휴직중 급여는 1차안식년에는 상여금을 포함해 월보수액 1백%를 1년동안 지급받는다. 2차와 3차 안식년동안에는 6개월을 안식하면 월보수액 모두를 받고 1년을 쉬게되면 월보수액의 50%만을 지급받는다.
학위과정이수를 위한 특별유급휴직은 6년간 근무한 경우 첫해는 1백%,2년째는 70%까지 받고 3년간 근무한 교수는 첫해와 다음해에 각각 50%,40%를 받는다.
특별유급휴직은 2년에 한해 기간을 1년이상 연장할 수 있으나 이 기간동안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학위과정이수를 위한 특별유급 휴직교수는 1963년에 1명이 있었다. 1차 안식년 휴직교수는 총수는 60년대에는 10명이던 것이 70년대에는 57명,80년대에는 62명으로 증가했다.
2차 안식년휴직교수 총수는 70년대에는 10명,80년대에는 34명에 달했으며 3차안식년 휴직교수는 80년대에 3명이다.
1·2·3차 안식년 휴직교수는 모두 1백76명에 달해 현재의 전임교수 총수가 2백여명인데 비하면 지난 32년간 모든 교수가 한번꼴로 안식년 휴직을 한셈이 된다.
서강대의 경우 국내외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휴직기간동안 연구할 수 있으며 모든교수에게 1·2·3차 안식년 예정연도와 학기가 미리 통고 된다.
학과별 휴직인원수는 전임교수가 6명인 학과에서는 1회에 1명이 할 수 있고 7명이상인 학과에서는 동시에 2명이 안식년휴식대상이 될 수 있다.
80년대 들어 신규교수임용을 박사학위 소지자에 한하고 있어 학위과정 이수를 위한 특별유급휴직은 사실상 없어졌다.
안식년휴식은 85년까지는 재직중 2회로 제한했었으나 86년부터 3회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안식년제를 현행대로 7년마다 허가하는 대신 3년 또는 4년마다 시행하고,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시키되 횟수를 늘리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왕태석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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