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물 「힘」 “매입실현” 판단/수의계약 가능한 직급 추정/정씨 등 집단 자수도 “상부 비화차단” 입맞추기 의혹정보사부지 매매사기사건 수사는 사건의 주요 당사자들이 검거되거나 자수해옴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수사내용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보다는 오히려 의혹이 점차 증폭돼가는 느낌이다.
검찰 수사내용대로라면 이 사건은 전문 토지사기단이 저지른 「간덩이 큰」 사기행각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결과를 요약하자면 정건중씨 등 성무건설측의 「3정」이 독자적으로 정보사부지를 미끼로 「한탕」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제일생명 윤성식상무에게 접근하는데 성공,일단 매매약정을 하고 계약금을 받아낸 상태에서 합참 군사자료과장인 김영호씨 등 또 다른 일당과 접촉한 것으로 되어있다.
정씨 등은 김씨로부터 국방부장관 고무인이 찍힌 가짜 매매계약서를 얻어낸뒤 이를 제일생명측에 제시,「확신」을 얻어내 잔금정산 등 거래를 마무리지은 것이다.
이때 윤 상무는 개인적 또는 기업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덥석 사기범들의 미끼를 물어 피해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부동산 관련업무에 관한한 업계가 인정하는 베테랑인 윤 상무의 이런 조심성없는 거래를 『한건 올려야겠다는 공명심에 빠져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범행후 수개월동안 김씨가 공직에 유유히 눌러 앉아있던 점이나 정씨 등 다른 일당들이 사기로 챙긴 돈으로 부동산에 재투자하며 노출된 생활을 했다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돈을 챙겨 곧바로 달아나는 것은 아마추어들의 범행이나 이들은 프로라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까지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설명은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데다 8일 하오 보험감독원에 의해 제일생명 하영기사장의 개입을 입증하는 「품의서」가 발견됨으로써 결정적으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윤 상무와 정씨 일당이 지난해 12월 매매약정을 맺기 이틀전 윤 상무가 거래사실을 하 사장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이 거래는 윤 상무 개인이 아닌,회사차원의 판단으로 추진된 것이 명백해진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제일생명은 땅매수를 제안받고 당연히 자체 정보채널을 통해 실현 가능한 거래인지를 확인했을 것이고 이처럼 위험부담이 큰 거래를 추진하는 인물의 「힘」을 가늠해본뒤 계약에 응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설명이다. 이 경우라면 정씨 일당들의 설명이나 약정서 따위는 별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구두언질로 거액을 지불했다든지 허술한 매매계약서만으로 잔금을 치른 이유가 설명 가능해진다.
요컨대 정식계약서가 작성된 지난 4월까지는 제일생명측에서 판단하기에 믿을만한 거래였으며 전혀 사기범에 의해 놀아난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속된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 정덕현대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제일생명측은 이미 1월에 은행예치금이 정씨 일당에 의해 대부분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상거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이 「위험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고 믿게 한 인물 또는 제3의 세력은 누구인가.
정보사부지와 같은 국방부직할 부대부지를 매각할 경우 형식상으로는 국방부 재산관리인 총무과장(준장)이 매도인이 되나 실제로는 국방부와 군수뇌부·경제기획원·국회승인 등 온갖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물이나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미 말썽이 잦아 요주의 대상인 이 땅을 합법적인 공개경젱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넘겨줄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떻든 정식계약이 체결된 지난 4월까지 제일생명이 정상적인 거래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거래는 5∼6월을 넘기면서 급속히 실현가능성이 없어지고 결국 사기사건으로 변질돼 버렸다.
최근 시중에는 갖가지 소문이 돌고 있으며 이들중 일부는 8일 민주당 의총에서 「주장」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즉 정상거래가 변질되기 시작한 시점이 4월 총선이후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파워의 이동」으로 설명하는 의원도 있었고 『고위층 측근이 직접 관계했다가 계약단계에서 알력으로 말썽이 빚어졌다』는 등의 그럴싸한 추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김씨의 검거,압송시기와 정씨 등의 집단 자수동기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이 언론 등에 의해 거래 당사자 이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수사당국에 자진 출두,사건의 파장을 막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이들이 상부거래선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입을 맞췄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설명은 아직 전체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서 이러한 가설을 명쾌하게 설명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이준희기자>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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