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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PKO인가/이상석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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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PKO인가/이상석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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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약자의 시대다.직장여성을 뜻하는 OL(Office Lady)은 이미 고전이고,사무자동화라는 OA(Office Automation)도 벌써 진부하다.

그러나 구 소련을 뜻하는 CIS처럼 불가피하다면 몰라도,몇몇 사람들은 영문약자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확인도 부인도 않는다」는 뜻의 NCND처럼 학계 이외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용어를 자랑삼아 떠드는이도 있다. OL,OA,NCND 등의 영문약자는 대부분 일본언론이 만들어낸 것을 우리 언론이 그대로 받아다 퍼뜨린 것이다.

가장 최근의 예가 PKO. Peacekeeping Operation(s)의 약자인 PKO는 일본 언론이 일찌감치 「평화유지활동」으로 표기해 왔다.

그러나 PKO는 「평화유지작전」이라고 써야 더 정확하다.

구태여 PKO를 평화유지활동이라고 표기한 일본정부나 언론의 의도는 자명하다. PKO가 풍기는 「화약냄새」를 빼보자는 생각이다.

이는 일본정부가 지난해 9월 PKO참여를 위한 PKF(Peacekeeping Forces) 구성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를 평화유지군이 아닌 평화유지대라는 표현을 고집한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본정부는 PKO나 PKF의 의미를 희석시켜 군대냄새를 제거하는 대신,이제까지 「정부개발원조」라고 써온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개발도상국에 대한(일본의) 원조라는 인상이 미흡하다』며 새로운 용어를 물색중이라고 한다(아사히신문 7월2일자). 화약냄새는 줄이고 돈냄새는 좀 더 풍기자는 속셈이다. 남의 일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탓할 생각은 없다. 그건 주제넘으면서도 부질없는 것이다.

그러나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을 따라 PKO파병길을 서두르는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와 같은 궁색한 짓은 피해야 한다. 군대는 그걸 뭐라고 부르든 군대일 뿐이고 그들이 수행하는 활동은 모두가 작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 작전에는 때때로 생명의 희생이 따를 수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라예보에 가 있는 평화유지군을 보면 안다.

정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왜 다른 국제평화에의 기여방안은 제쳐두고 굳이 PKO파병 보따리를 싸야하는지를 떳떳하게 납득시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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