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진 남북관계 풀기 “적극 해법”/핵 논란 우회 인도적 문제 부각/「이씨 송환」 포용 정공법 대응도/단계적 해결 넘은 파격적 성격… 북측 반응이 관건정부가 7일 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원식 국무총리 서한을 통해 북측에 이산가족의 고향정착 사업을 제의한 것은 현 단계의 남북관계가 처해있는 교착상태를 우회적으로 돌파해보려는 우리측의 「적극 해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대북제의는 남북관계의 인도적 쟁점인 이산가족 문제를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적십자회담을 통해 진행돼온 지난 21년간의 남북간 이산가족 문제논의에 새로운 전환점을 기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접근방식이 한정된 숫자의 쌍방 이산가족이 고향을 상호방문하는 행사 차원의 성격을 띠었다고 한다면,이날 정부의 제의는 「정착」 「귀환」으로 표현되기 보다 근원적인 해결의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의는 「여생이 얼마남지 않은 고령자」뿐 아니라 남북대치 이후 강제 피랍된 납북자들을 새롭게 이산가족의 개념에 포함,부각시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동안 북측에 대해 이산가족 교환 사업이 그때그때의 남북협상에 의해 1회용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입장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날의 대북제의는 남북기본 합의서 발효이후 계속돼온 각급 남북협상이 북한 핵문제로 인해 전반적인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과 상호연관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문제가 국내외적 논란과정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데다 이 문제의 해결이 남북경협을 포함한 합의서 이행과정의 핵심이슈로 자리잡은 이상 남북대화의 현재 논의구조로는 상당기간 동어반복의 소모가 불가피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주도적 이슈의 개발을 필요로 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또 지난번 제7차 고위급 회담에서 미전향 장기복역수 이인모씨 송환문제를 「특례사업」으로 다룰 것을 제의하는 등 이씨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의 상징적 주제로 지속시키려는 북한측에 대해 정공법의 포괄대응으로 나선 정부의 자세가 담겨있다고 풀이된다.
북한측은 지난해 9월 이씨 문제를 처음 거론한이후 남북간 각급 접촉에서 모두 9차례에 걸쳐 회담의 쟁점화를 시도했고 다가올 8·15 이산가족 노부모 교환방문을 위한 적십사 실무접촉에서도 이씨 송환절차부터 논의하자고 주장,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또한 자체적으로는 군중집회,사회단체 성명발표,국제기구 단체에 대한 편지발송,각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씨 문제를 우리측에 대한 공세의 초점으로 맞추려 해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씨 문제에 대해 북한측은 그가 전쟁포로이기 때문에 휴전협정이나 제네바 협약에 의거,당연히 송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대해 우리측은 이씨가 종군기자나 전쟁포로로 간주할 수 없으며,특히 전쟁후에는 엄연히 간첩활동을 한 국내 범법자라는 시각을 견지해왔다. 정부가 이날 「타의에 의한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제의하면서 이씨 문제를 이 범주에 포함시키되 「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임을 특별히 전제한 것도 정부의 이같은 시각과 대응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정부로서는 이씨 송환문제에 대한 정부내의 다각적인 논의를 거친 끝에 장기복역 미전향자 60여명 및 2백78명으로 집계된 우리측 피랍인사들과의 형평의 문제,국가보안법 등 국내법 체계의 문제 등을 종합 감안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도출하게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그러나 이씨 문제를 단순히 「개별사안」의 범주로 처리하기보다는 문제의 범위를 훨씬 확대시켜 총괄적 이산가족 문재해결이라는 틀속에 「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에는 상당한 역공세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날의 정부제의는 이산가족 문재해결에 있어 정부가 취해온 생사확인서신교환상봉·왕래재결합 등의 단계적 원칙에 비해 다분히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문제는 우리제의에 담겨있는 나름대로의 의미도 의미이지만,북측의 반응이 관건임이 물론이다.
또한 우리 제의의 실현을 위해 북측과 협의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귀환·정착 사업의 원칙으로 제시된 상호주의 및 자유의사 확인 등의 구체적 적용문제 역시 쉬운 관문은 아니라는 지적들이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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